트럼프 행정부가 20일 공식 출범한다. 트럼프 행정부 앞에는 무수한 국제적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비개입주의’와 ‘동맹 재조정’을 표명해 온 트럼프가 과연 어떤 원칙과 정책을 가지고 이런 현안들을 풀어 나갈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인들로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에 어떤 변화가 초래될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 정세는 ‘대립’과 ‘교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의 북한 적대시 정책과 오바마 행정부 8년의 방관정책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북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여기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대적인 대북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북미, 남북 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있는 상태다.
최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마무리 단계까지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내각의 외교안보라인이 매파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이런 관측은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보수정권 출범과 매파 내각이라는 요소를 통상적인 방정식에 대입해 본다면 한반도 정세는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김정은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고 이에 비례해 북한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문법과 방정식만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읽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라는 인물 때문이다.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키며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의 캐릭터와 배경은 기존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다. 그의 이런 특징은 불확실성의 근원이 되고 있다. 불확실성에는 양면이 있다. 불안의 요소가 되는 한편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가 공화당 간판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그를 공화당 이념에 충실한 정치인으로 볼 수는 없다. 월스트릿저널이 지적했듯 트럼프는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않는 ‘포스트이데올로기적’인 인물이다.
그는 특정이념에 고착돼 있지 않다. 일관된 방향성보다는 실용성을 먼저 따지는 사업가적 면모가 강하다. 간혹 ‘돌출’로 비춰지곤 하는 그의 특성은 대외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기질은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게다가 자신의 협상능력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비현실적인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게다가 트럼프에게 공화당이라는 배경은 북미관계를 풀어가는 데 족쇄가 아니라 오히려 열쇠가 될 수 있다. 공화당과 김정은 정권은 상극이다.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상극관계의 당사자들 가운데 한쪽이 손을 내밀 때 극적인 진전이 이뤄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산주의를 혐오한 닉슨에 의해 미국과 중국의 수교가 이뤄진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수교를 머뭇거렸을 것이다. 부자들이 세금을 올리라고 주장할 때 한층 더 설득력을 더 갖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그러니 트럼프로서는 공화당 내부의 일부 반발만 잘 무마한다면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에서 민주당 정권 때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트럼프는 현상유지(status quo)의 타파를 내세워 왔다. 미국과 북한은 지금 아슬아슬한 형태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 돌 하나를 빼내면 균형이 깨지면서 급속히 무너져 내릴 수 있는 형세이다. 트럼프의 행정부 아래서 미국과 북한 관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어떤 방향의 변화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무쪼록 그것이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건설적인 진전이길 기대해 본다.
<
조윤성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