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주엘라 출신으로 뉴욕에서 성공을 거둔 패션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2011년 봄/여름 콜렉션에 한복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을 발표했다.
짧은 원피스드레스 목둘레에 흰 동정을 비대칭적으로 붙이기도 하고, 고름처럼 맨 외 리본을 드레스 곳곳에 장식하기도 했다. 또 조선시대 양반 남자들이 쓴 갓과 같은 모자를 여성 모델에게 멋지게 씌웠고, 도포에 매는 허리띠도 여성복의 장식 요소로 활용했다. 한복의 특징인 평면적인 구성이나 비대칭적인 구조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 냈다.
그런가 하면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2016년 샤넬의 크루즈 콜렉션을 서울에서 열었다.
조각보와 나전칠기 등 한국의 전통 공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구성된 이 콜렉션은 한국미술이 가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인류가 직면한 현안에 맞추어 조명한 측면도 있다.
2012년에 샌프란시스코의 드 영 미술관에서 순회 개인전을 가졌던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골티에는 2016년에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순회전을 가지면서 한복의 요소를 자신의 아이디어와 접목시킨 ‘한복드레스’를 기념비적으로 함께 전시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제 한복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 유산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패션디자이너의 창작 소재로 활용될 만큼 잠재가치가 있는 자산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문화를 자신의 작품이나 상품에 활용한 이들이 한국문화를 소유한 구성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차용(cultural appropriation) 행위’라는 견해가 있다.
타문화 요소를 빌려 자신의 창작활동에 이용하는 행위를 문화차용이라 정의하는데, 연원을 밝히지 않고 비도덕적으로 차용하는 경우에는 ‘문화오용(cultural misappropriation)’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도는 창작활동을 통해 소수문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문화 간 대화의 장을 새롭게 연다는 점에서 ‘문화예찬(cultural appreciation)’ 활동으로 칭송받는다.
세계무대에서 우리문화가 조명받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또한 소수의 타문화를 껴안아 예찬할 수 있다면 더욱 훌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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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한국복식 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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