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보던 한 인사가 “좋은 원로가 없어 걱정이다”고 엉뚱한 관전평을 내놨다. 이유를 물으니 “불확실성이 커질텐데 원로들이 익숙한 것, 해오던 것, 알고 있는 것만 주장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불안하긴 하다. 미국 우선주의 탓이 아니고 예측하기 힘들어 보이는 캐릭터 때문이다. 여기에 타고난 협상가, 유능한 선동가로는 보여도 용감한 검투사, 뛰어난 설득가로 보이지 않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트럼프 시대, 불확실하다는 점만은 확실하다”는 호사가들의 히죽거림이 폭넓게 회자될 정도니 오히려 대통령 본인이 꾸준히 밀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만은 유일하게 확실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낯선 미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두 감정의 기저에 깔린 공통점이 불확실성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일상을 지루해하다가도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예전을 그리워하며 변화 속에서 허덕이는 존재 아니던가.
이런 까닭에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현재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인간 심리는 프로그래밍 됐다고 옥스포드 대학의 맥스 로저 교수는 분석했다.
인류가 진화 과정을 통해 위험 신호를 놓칠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견제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불확실성보다 더 불확실하다는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그렇다고 비관론이 비등한 것을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인류가 지난 보편적인 생존 심리의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다만 문제는 모두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좁고, 짧게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혜안을 지녀야 할 원로들마저 숲이 아닌 나무만 본다면 큰일이다.
노쇠할수록 시력과 기억력은 떨어져도 넓게 보는 지혜가 커지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인학의 일관된 견해인데 경험 없는 젊은이는 물론, 원로들까지 숲이 아닌 나무만 본다면 누가 미래를 볼 것인가.
여기에 한국인은 모 아니면 도, 몰빵, 올인 같은 말을 즐겨 하는 성향이 있으니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칫 시류를 잘못 읽고, 베팅에 실패할까 우려도 된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처세술로서 ‘교활한 토끼는 도망갈 굴을 세 개나 만들어 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있고, 최고의 전략으로 오랑캐를 시켜 오랑캐를 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꼽으니 불확실성의 시대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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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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