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려고 한창 집을 찾던 때다. 기가 막히게 오른 LA 렌트비를 체감하며 한참을 찾고 또 찾았지만 ‘너무 비싸다’는 답 밖에 못 찾았을 때, 눈에 번쩍 띄는 집을 발견했다. 시세보다 조금 싼 가격에 사진은 마음에 쏙 들었고, 원하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집이었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왔다. 집에 관한 꽤나 상세한 정보와 함께 엄격한 크레딧 체크를 거치기 때문에 정확한 집 주소는 기본 정보가 확인돼야 알려 줄 수 있다며 웹사이트 링크를 보내줬다. 바로 웹사이트로 들어가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차례로 넣고 나니 마지막에는 소셜번호와 확인 비용 1달러가 청구된다며 크레딧카드 정보를 요구했다.
번호를 적고 확인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웹사이트 이름으로 구글링을 해봤더니 웬걸, 연관 검색어에는 이미 ‘scam(사기)‘라는 표시가 따라왔고, 속지 말라는 글이 줄줄이 나왔다. 답이 온 이메일 주소를 다시 보니 xyz로 끝나는 조잡한 주소였다. 하마터면 개인정보를 내 손으로 내줄 뻔했다. 덕분에 이후에는 한 번씩 더 의심해보게 됐지만 당시에는 이런 허술한 사기에 속을 뻔 했다는 사실에 한동안 허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 사기에 더 취약하다’는 한 조사결과를 봤을 때 내심 반가웠던(?) 이유다.
캐나다 우량기업협회가 발표했다는 보고서에는 온라인 사기 피해 실태를 연령별로 분석했는데, 피해 사례의 69%가 45세 이하 연령층이며 특히 25~35세에 발생빈도가 집중된다고 했다. 금전피해의 경우 18~24세 연령층은 34%였는데 65세 이상 피해사례는 11%에 그쳤다.
보고서는 온라인과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층의 사기 피해 비율이 높은 것은 이들의 온라인 이용비율이 더 높은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잘 안다’는 과신에 빠지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낙관의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기 기술이 지능화되면서 자신감을 가질수록 오히려 위험이 더 커지는데, 미리 경계심을 가지는 노년층과 달리 젊은층이나 교육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과신하는 나머지 실제로는 교묘한 수법에 더 취약해진다는 해석이었다.
또 다른 사기를 주의해야 하는 시즌이 왔다. 바로 ‘택스 사기’다. 세금보고 시작에 맞춰 연방 국세청도 매년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기 피해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납세자 뿐 아니라 회계사나 세무사 등 세금보고 대행자를 노리는 새로운 유형의 이메일 피싱 사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당신에게 세금보고를 맡기겠다’는 이메일을 보내 관련 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이 밖에도 납세자의 환급금을 빼돌리기 위해 세금보고 대행자의 세금보고 소프트웨어를 해킹한 사례도 미 전역에서 20여건이 확인됐다고 한다.
어떤 종류와 수법의 사기든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잘 알고 있고, 또 과신할수록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말해주고 있다. 모두가 ‘낙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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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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