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0월의 마지막날에 최인훈의 광장과 스모키, 시네마 파라디소, 그런 것들을 마지막으로 나는 문화의 암흑기라는 깊은. 바다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엄마와 아내의 두가지 역할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준비된 대본도 없이 해내는데 정신이 없어 좋아하던 음악도 책도 영화도 모두 뒤로 하고 아이들이 커가는 수준에 맞추어 보고 들었다. 곰돌이 푸우를 시작으로 토이스토리를 거쳐 나중엔 틴에이저가 된 그들을 극장 앞에다 내려주기만 하면 되고……한참을 깊은 바다 속에서 헤메이다 보니 세상은 바뀌어 조그만 전화기로 언제 어디서나 궁금한 것을 또는 그리운 것들 즉 나의 옛날 문화재(?)들을 보고 듣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고 빈 둥지에서 한가해진 나는 팔십년도 후반에 멈춰 있던 문화활동을 다시 하게 되었다. 소위 내가 말하는 문화적 암흑기가 시작되었던 90년대부터 유명했고 사랑받았던음악과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찾아낸 보물은 가수 김광석이었다. 그의. 목소리와 외모가 낯설지 않았는데 오십 즈음에 들은 그의 “서른 즈음에”는 나를 깊은 바다에서 건져 내어 모래밭 캠프파이어가 있는 대중문화라는 작은 무대 앞으로 데리고 갔다.
손끝 하나로 몇십년을 오가면서 조금씩 잊혀져 갔던 내 추억들과 매일 이별한 줄 알았던 나의 감성들과 만난다. 이십년 전의 추억의 노래들이 내겐 새롭고 아주 오래 입은 낡은 옷처럼 편하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도 해본다. 유리창 밖으로 빗줄기가 떨어지고 나는 커피숍 구석에 앉아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처럼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쓴다.
스모키의 Living next door to Alice를 들으면서……앱으로 보고 리뷰가 좋은 음식점을 찾아서 혼밥(요즘은 혼자서 밥 먹는것을 이렇게 줄여서 말한다)도 해본다. 혼행(혼자서 여행하는 것) 계획도 잡아본다. 요즘 새로이 생겨난 신조어도 열심히 배운다. 관심병, 귀차니즘, 노답, 딸바보, 품절녀, 품절남, 썸탄다, 썸녀, 어장관리,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비선실세, 갑질…오십 즈음에 다시 시작된 나의 문화행각. 이번 주말엔 엄한 남편 때문에 보지 못했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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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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