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견해들이다. 서양에서는 대체로 합리론자들이 성선설, 경험론자들이 성악설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느 쪽을 옳다고 여기든 간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쟁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윤리적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성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가 더 착해져야 한다는 것에는 맹자도 순자도 동의한다는 의미이다. 영장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 영장류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연구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보려 하고 있다. 개체 간 갈등 상황을 대처하는 두 영장류의 반응이 너무나도 상반되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주로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한다. 잔인하고 철저한 폭력 행사가 갈등을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다.
침팬지를 보면, 그들의 사촌인 우리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동물일 것만 같아 간담이 서늘해진다. 침팬지 사회에서 도덕은 힘의 논리이다. 반면, 우리의 또 다른 사촌격인 보노보들은 사뭇 다르다.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들은 진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와 애무를 주고받고, 심지어 성관계도 한다. 한바탕 뜨거운 애정 표현이 지나간 자리에 더이상 갈등은 남아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사랑으로 갈등을 이겨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흘 전,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한창 말도 늘고 재롱도 늘어난 아들이 귀여우면서도,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눈치를 살펴 기어코 말썽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 과연 선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물론 그만큼 육아가 힘들다는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불현듯 궁금해진다. 우리의 선해지려는 노력이 실은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누군가 자신의 악의를 공공연히 표현해도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하지만 그런 물음은 이미 낡은 것이다. 요즘 앞서 가는 우리 종족 우두머리들의 최신 트렌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막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과거에도 권력자의 비윤리적 속내는 분노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워낙 빈번하고 당당하다 보니 분노하다 못해 ‘아, 원래 저런 거구나’ 하고 익숙해진다. 아직도 인간의 본성이 궁금한 이가 있다면 당장 tv를 시청하시길. 본능에 충실한 우리 우두머리 침팬지들이 오늘도 보노보 학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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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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