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한국방문을 하고 적잖게 놀란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젊어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모두들 동안이란 말을 듣고 싶고 노안이란 말을 안 듣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는듯해 보였다.
나는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 우리는 셋이 모두 같은 성인병을 가지고 있고 운동을 싫어하는 활동적이지 못한 성격도 비슷하고 건강식을 싫어하는 식성도 같다. 그렇다. 우리는 셋 다 노안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배우자들은 정반대이다. 나의 남편은 고층아파트 11층에 살 때도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계단으로 다녔고 우리 올케는 오개닉 건강식으로만 요리하고 정크푸드는 입에도 안댄다. 그들은 동안이다.
내가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것은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내가 아파서 남편과 함께 한의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을 때다. “지비는 동생이 아파서 왔어?” 결혼 후엔 세탁소 아저씨가 “동생분 옷 다 됐습니다.” 심지어 술이 취해서 남편과 함께 우리집에 왔던 남편의 상사는 허리를 90도로 꺾고 “안녕하세요 장모님” 한 적도 있다. 밤이었고 술이 취했었다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아직도 그 장모님 소린 귀에 쟁쟁하다. 반면에 남편은 지금도 아들의 형이냐고 심지어는 동생이냐고 하는 질문도 받을 지경이다.
남동생의 경우는 이렇다. 그도 맘 잡고 운동 좀 할 요량으로 헬스클럽에 갔단다. 늘씬한 미모의 트레이너가 해야 할 운동을 가르쳐 주면서 “아버님, 이쪽으로 오세요” 했다고…..남동생은 노안인데도 불구하고 늦둥이 아들이 있다. 막내 늦둥이는 유치원에서 처음엔 너무나 젊어 보이는 친구아빠들한테 형이라고 불렀단다. 언니는 늦둥이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데 조카친구들이 “서진이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를 받는단다.
노안 삼남매 셋이 모여 밤늦게 깔깔대면서 부모님(?) 시리즈 이야기들을 나누고 노안 탈출 프로젝트를 세운다. 다이어트부터 시작해서 보톡스까지. 그러면서 우리는 저주받은 몸매라고 포기도 했다가 우리들은 철이 일찍 들어서 그래 하며 합리화도 하다가 결국은 내일 아침부터 산에 가자라는 상세한 계획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때 꼭 누군가 이렇게 제안한다.
“떠들었더니 배고프다. 오늘밤 마지막으로 치킨 시켜먹자. 양념반 튀김반.““무 두개 달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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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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