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는 안 해도 부모가 하는 대로는 한다”는 말이 있다. 오십년을 넘게 살며 너무나 맞는 이야기라고 절절히 느끼며 산다. 나는 어린시절 지각하는 것이 참 두려웠다. 학교의 규칙을 어기고 벌을 받는 게 두려운 것이었을 거다. 매일 아침에 선생님이 출석을 다 부르고 나서야 뒷문이 열리고 쓰윽 들어오던 내 짝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난 좋은 학군의 학교를 보내려는 엄마의 극성 때문에 근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통학했다. 그때는 만원버스에 툭 하면 타이어가 빵구 나서 다음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많은 승객으로 버스문도 못 닫고 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각을 두려워했던 나는 아침에 학교 가는 시간이 점점 빨라져서 결국에는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 가끔 수산시장에 물건을 하러 가시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 빈 고무다라이를 든 아주머니들과 나, 그래서 버스 안에 손님은 서너명이 있을까 말까다.
한번은 나 혼자 버스를 타게 되었다. 버스기사가 나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묻더니 다른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달린다. 차장도 바로 자는 자세로 들어가서 머리를 뒤로 하고 자고….백미러로 보이는 기사양반께서도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운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강교를 건널 때는 나 혼자 깨어 있었다. 또 학교에 도착하면 숙직선생님을 너무 일찍 깨워서 혼나고. 그래도 지각이 두려워 나는 졸업 때까지 거의 매일 전교 일등으로 학교에 갔다.
그런 나를 딸이 닮아서 멀리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 공항엘 너무 일찍 간다. 그래야 맘이 편하다고. 아들은 외식하는 약속을 어기는 걸 제일 싫어한다. 나를 닮아서......이외에도 나와 남편의 좋은 또는 나쁜 습관이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자식을 볼 때 뉘우쳐지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도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이 보고 배우고 있다. 기성세대를 통해 준법정신, 예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심지어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고 사법부를 우습게 볼 때 우리들은 퇴보하는 민주주의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
그 오래 전 BC 399년 아테네에서 악법도 법이기에 준수해야 한다고 독배를 들이키고 죽은 소크라테스가 지금 너무나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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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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