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곳곳에서 인력난이 심해졌다는 불평이 자주 들린다. 유학생들은 귀국하고, 이민 오는 한인 숫자는 줄고, 반 이민 정책까지 더해져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에 힘입어 당선됐는데 여기에 비춰보면 한인 고용주들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인력난이 아닌 인재난으로 보인다.
제한된 마켓에 안주하다 보니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 탓으로 좋은 인재들을 찾아 확보하고, 합리적으로 대우하며 보유했다면 인력난 같은 수준 이하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운에는 직원을 등한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바쁜 세금보고 시즌에 채용한 뒤 돈 안 주고 오버타임시키고, 지키지 않을 영주권 약속 남발하고, 그만두겠다니 타운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것이라는 협박을 들었다는 지인의 경험담은 씁쓸함을 넘어선다.
직원을 뽑아도 교육시킬 계획도 없이 일단 헤엄쳐 보라는 식으로 물에 밀어 넣고, 창조적인 업무 성격과 맞지 않게 신입으로 자리만 채우며, 과도한 업무량에 치여 허덕이는 기존 직원들의 한숨은 당연시하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이런 고용주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좋은 직원 뽑아서 대우 잘 해주며 인재로 키우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머릿수만 채우고, 일손만 메꾸면 되는 인력난 타령만 할 건가. 능력과 인격을 갖춘 인재를 늘려야 누구라도 염원처럼 말하듯 주류사회와 어깨를 겨룰 것 아닌가.
‘요즘엔 인내심들이 없어’라는 뒷담화가 정작 내뱉고 난 뒷맛이 개운치 않고 어떤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함은 뒷말을 하는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2세에게 가업을 승계한 이들 가운데도 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경영수완과 문제해결에 놀란다는 1세들이 많다.
최근 만난 한 은행의 고위간부도 좋은 직원 뽑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스펙은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으며, 수익구조와 감독규정 등 은행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타운이 뻔한데 눈이 너무 높다’는 비아냥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 간부의 욕심에 십분 동의한다. 뻗어 나가려면 인재 욕심을 부릴 때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포로로 잡힌 관우의 마음을 얻고자 적토마를 선물했던 고사는 하물며 적이지만 인재로 중용하고자 한 영웅의 호연지기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뿐인가, 가수 오승근은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라고 촌철살인 노래했다.
비즈니스에 당장 도움을 주고, 오너에 대한 타운의 평판을 높일 뿐 아니라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인재들이 존재하는데 애써 외면하면서 인력난 핑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인사회를 목도하며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봄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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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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