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가 뭔지도 모르면서 커피점에 가면 줄곧 이것만 시킨다. 그냥 블랙커피만 마셨던 나는 커피 이름을 아는 것이 뭐 그리 복잡한지 그냥 아메리카노면 끝이다. 지금까지 마셨던 블랙커피가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나보다. 내가 커피를 제대로 마시고 있었네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만족해 한다.
내가 많이 피곤할 때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신다. 요즈음은 마켓에 가면 다른 종류의 커피를 사와 맛을 본다. 누군가가 선물로 준 커피는 특별한 날에 내려서 마신다. 그 커피를 마실 때는 어김없이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커피를 처음 알게 해 준 고모도 생각이 난다.
남편과 같이 외출을 하는 아침에는 일부러 브랙퍼스트 브랜드를 내린다. 왜냐하면 내가 마시는 커피가 너무 진하다고 늘 한마디씩 하는데, 이 커피는 별 말 없이 잘 마시기 때문이다. 특별히 토요일 아침에는 아라비카를 진하게 내려 마시고 싶고, 월요일 아침에는 내가 좋아하는 코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다. 달달한 뭔가가 생각날 땐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끼얹어서 먹기도 한다. 가끔은 잔을 뜨겁게 데워 펄펄 끓는 물을 붓고 인스턴트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고도 싶다.
묵직한 커피 잔에 뜨거운 커피를 부어 조심스럽게 입술을 갖다 댄다. 시간이 지나 식어 있을 땐 ‘아~ 벌써 식어 버렸네’ 하면서 쭈욱 마신다. 온갖 차를 좋아하는 둘째는 커피 선물 카드를 엄마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엄청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전해 준다. 막내 딸이 엄마를 위해 직접 내려 준 그 커피의 향과 맛은 예쁜 미소와 함께 나의 가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아침마다 내린 커피에 커피얼음을 넣어 살짝 달게 냉커피를 타서 큰 딸의 도시락 가방에 넣어 주기를 몇 년째다.
가끔 ‘오늘 커피 맛있던데! 무슨 커피야?’라고 하면 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언젠가 딸들과 함께 앉아서 대화할 커피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다. 그냥 커피가 좋다. 커피가 좋아 때를 가리지 않고 마신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의 커피는 참 따뜻하다. 나와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커피를 앞에 두고 추억을 말할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웃고 울면서 사랑을 말한다. 난, 커피가 참 좋다. 위로와 사랑이 들어가 있는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커피는 더 맛나다.
<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