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 조국에서는 학기초에 각급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를 작성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초등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내가 직접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로 기억이 된다. 거기에서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 대목은 “취미”란이였다.
열두어 살도 안 된 어린아이에게 무슨 특별한 취미가 있었겠나? 더더군다나 그 시절에는 TV가 있는 집이 몇 되지도 않을 때였다. 그러니 자랑스럽게도 “텔레비전 시청”이란 취미를 가진 아이도 있어서 담임 선생님께서 “공부는 안하고 텔레비전만 시청하느냐”고 야단을 맞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어떤 아이처럼 공부가 취미라고 쓸 배짱도 없었다. 사실 그때에는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있을 때도 아니였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청취”라고 했다가는 “어린 것이 일찍 자지 않고 밤늦게까지 라디오를 듣고 있으니 성적이 그 모양이지” 하실 것이고. 사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팝송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사실대로 적지 못하고 매번 “독서”라고 적었다.
학창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무더운 여름 방학 동안에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땀띠가 나도록 방에 누워 책을 읽었다. 특별히 좋아하던 책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할 일이 없어서 “어린이 세계 명작”부터 “자고 가는 저 구름아”, “세계 명작 소설” 등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다행히도 은행에 다니던 작은 언니가 직장으로 전집을 팔러 오는 고객들이 있어서 책을 많이 사가지고 와서 언니가 읽기도 전에 내가 읽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시간이 없다거나 제대로 된 취미를 찾아서라는 핑계로 나의 독서 분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혼 후에는 세 아이 키우느라 30년 동안 구독하고 있던 한국일보가 유일한 읽을거리였다.
미국으로 이민 와서 아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아이들과 매일 그야말로 공부가 취미인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신예선 선생님께서 이끄시는 “독서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읽을 책을 정해주면 한달 동안 읽은 후 각자 느낌을 이야기하고 토론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년 열리는 “문학캠프”에 가끔 참여하여 경희대학교의 김종회 교수님의 특강도 들으며 다시 독서에 대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제는 노안이 되기도 하고 백내장 수술도 해야 하는 나이가 되니 눈으로 하는 독서보다는 전자 책을 읽을 수 있는 눅(Nook)을 이용하여 듣는 독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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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례(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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