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가족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고 또 읽었다.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겁부터 났었다. 딱 봤을 때 책이 두툼한데다가 쭈욱 보니 쓰여져 있는 단어들이 낯설기도 하고 쥐뿔도 없는 형편에 어색하기까지 한 이론인 것들이다. 용기를 내어 ‘한 번 해보자’고 맘을 먹었다. 어색한 단어는 내가 쓰기 편한 말로 바꿨고, 우리 다섯식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하얀 종이에 ‘홈아르바이트’라는 제목을 쓰고 장난감 제자리에 놓기, 엄마 도와 주기(빨래), 신발 정리 등 나름대로 쉬운 것부터 10원 50원 100원 등 구체적인 액수도 적었다. 그 일들을 할 때마다 우리 딸들은 각자의 능력대로 돈을 벌고 그 번 돈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이즈음부터 각자의 이름으로 만든 통장을 가졌고 새해가 되면 엄마 차지였던 아이들의 세뱃돈도 고스란히 그 통장에 저축이 되고 있었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제일 먼저 사용할 거리가 되는 것은 친구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선물을 사는 것이다. 힘들게 모은 돈을 주고 사다보니 최소한의 지출로 최선의 것을 사는 탁월한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노력과 수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현실과 마주하면서 배워갔다.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훈련인 것이다.
일 때문에 함께 여행을 했던 막내가 자기 돈으로 엄마에게 우동을 사 주면서 무척 뿌듯해 했고, 난 이름도 모르는 어떤 화초를 사고 정성껏 키우면서 둘째는 신나서 좋아한다. 큰 딸이 스무살 무렵 자동차를 샀을 때, 한국에 전화하며 ‘할머니~ 내가 차를 샀어요. 엄마 아빠가 1달러도 안보태 주고 내 돈으로 샀어요’ 하는 모습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쥐 뿔도 없으면서’라는 말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다. 스티븐 코비의 겁나고 어색했던 단어들이 친근하게 자리잡도록 주저하지 않았던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 스스로를 변화시킨 큰 힘이다.
지금 생각하면 경제관을 핑계로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킨 것 같아 웃음도 나온다. 어떻게라도 잘살아 보려고 아둥바둥했던 때가 어제 같다. 정말이지 쥐 뿔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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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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