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는 모든 사람이 약자가 된다. 어린시절 몸이 약했던 나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언제부턴가 의료보험이 바뀌어 전국민 의료보험을 위해 서민인 우리는 막대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닥터블이란 이름하에 엄청난 코페이를 부담하게 되었다.
나는 아파 보았고 보험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을 못간다는 이웃도 보았고 나이 쉰이 다 되어서도 젊은시절 보험없이 수술받은 치료비를 계속 나누어 부담하는 친구도 보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보험혜택을 받는다는 기쁜 희망에 이 모든 불이익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견디었다. 아파도 참고 옛날 같으면 병원엘 서너번 갔을 것을 한번도 가지 않고 참고 지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보험이 또 바뀐단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사람이 다시 의료보험이 없이 살아야 한다고 한다. 2007년 개인 파산 신청자의 62.1%가 높은 의료비를 파산 신청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후 2012년에 미연방대법원의 의료보험 개혁법이 합헌판결이 나고 이후 2014년부터 개인 의료보험 가입이 강제화되었지만 민영보험에 의해 강제돼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서민들의 경우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플랜을 구입하다 보니 제한적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비 청구서를 보면 아픈 약자들의 주머니속 쌈지돈마저 자신들의 이익으로 만들려는 보험회사와 병원이 미국을 의료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읽은 칼럼 중에 미국만이 전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민영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채택한 나라라는 글을 읽었다. 우리들이 여러 보험회사 중에서 마음대로 선택한다는 어찌보면 선택이 다양해 보이는 멋드러진 제도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느끼고 있다.
언젠가 내가 남편에게 “난 결혼 후엔 마음 편히 아퍼보지도 못했어, 애들하고 당신 밥 해줘야 돼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에 나는 의료보험이 안 좋아서 마음 편히 아플 수가 없다.
이래저래 약자인 나는 아프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내가 만든 요플레에 몸에 좋다는 건 다 넣어서 빈 속을 채우고 아침 일찌감치 뒷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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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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