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수는 단지(Only) 한 묶음(Stack)에서만 발견됐을 뿐이다. 벤더의 퀄리티 컨트롤에 문제가 있었다”
연방하원 34지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안 후보의 한국어 안내책자 기호 오류 사태에 대해 지난 23일 LA 카운티 선거관리국이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선거구 내 일부지역에 발송된 한국어 선거 안내책자(Sample Ballot)에 유일한 한인 출마자인 로버트 안 후보의 기호가 29번이 아닌 30번으로 잘못 표기된 것에 따른 해명이었다. 선거국은 ‘단지 한 묶음’의 주소 레이블이 잘못 찍혀서 책자 발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선거 관리국이 아닌 외부 인쇄업체의 실수에서 발생한 것’ 임을 강조했다.
선거국은 ‘Only’를 거듭 밝히며 아주 ‘소량’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게 강조했던 ‘Only one stack’의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몇 백개인지 아니면 몇 천개인지 조차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수를 저지른 인쇄업체의 이름은 밝혔으나, 그 인쇄업체가 취급하는 한 묶음의 규모는 모른다고 했다.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명확했지만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대책이 무엇인지는 모호했다. ‘책임 돌리기’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서, 문제 축소를 위해 애쓰는 모습만 보였던 이유다.
이번 오류 사태는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것이다. 한인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실제로 잘못된 투표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영어가 서툰 유권자의 경우 한국어 안내 책자만을 참고해 투표를 마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투표 과정이지만 한인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기 위해 한국어 안내 책자를 보고 뿌듯하게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뒤 전혀 이번 사태에 대해 모르고 있을 한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몇 분이나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상 초유의 오류 사태에 대해 선거국은 “지금까지 선거국으로 해당 오류에 관해 온 문의전화는 단 2건”이라고 말했다. “영향을 받은 유권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 누가 ‘Only’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단 한 건이어도 잘못은 잘못이다. 만약 이번 실수로 단 한 표라도 유권자의 의도와 다르게 투표가 됐다면 큰 잘못이고, 큰 문제다.
선거국은 “유권자들에게 안내문을 다시 발송했고, 문의가 있으면 언제든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면 된다”는 안이한 대처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다 명확한 문제 파악과 구체적인 해결 방법 제시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분명 한인 커뮤니티에는 큰 피해다. 한미연합회 관계자 말처럼 ‘투표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불필요한 걱정 자체만으로도 한인 커뮤니티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를 기회로 바꾸는 일 역시 한인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연방하원 34지구 보궐선거가 열리는 4월4일.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
박지혜 사회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