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그 나라에 의료선교를 다녀오면서 알게 되었다. 커피는 남북 위 20도 이내, 해발고도가 높은 건조한 지역에서 잘 되는데 한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제각기 다른 시기에 성숙되기 때문에 익은 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해야하는 많은 수고가 필요한 산물이다.
7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에티오피아 지방 양치기 소년 칼디는 어느 날 자기가 기르는 염소들이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밤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로 염소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니 주변에 있는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난 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호기심에 칼디도 그 열매를 먹어보니 신기하게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가까운 수도원에 가서 수도승에게 알렸고 수도승은 그 열매에 잠을 쫓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원예학자들도 에티오피아에 있는 야생종 커피가 오늘날 커피의 기원이라고 동의한다.
이슬람교 승려인 오마르가 산속을 헤매다 빨간 열매를 따 먹고 피로를 회복하여 살아난 후 그 열매를 사용하여 많은 환자를 구제하는데 성공하여 성자로 존경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는 이집트, 아라비아 반도 예멘으로 건너갔다.
그 후 십자군 원정에 나섰던 유럽인들이 터키지역에서 커피를 접하면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유럽에서는 처음에는 이교도의 음료라 하여 금지 되었던 것을 교황 클레멘트 8세가 마셔본 후 그 맛에 감복하여 커피에 세례를 내림으로써 유럽으로 퍼지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17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기독교인들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되어 베니스에서 1645년 처음으로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게 되었다.
커피의 성분 중 폴리페놀의 항산화 효과, 클로로젠산의 항암효과, 카페스톨의 신생혈관 생성억제 효능들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계산력 향상, 편두통 완화, 다이어트 효과 등이 있다. 이러한 성분은 원두커피에만 있고 인스턴트커피와는 관계가 없다. 커피믹스에는 지방과 당분이 많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위궤양, 과민성 대장질환, 심근경색, 부정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나치면 숙면방해, 피로감을 증가시킨다. 아침 공복을 피하고 바나나, 사과,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을 간단히 섭취 후 마시는 것이 좋다.
이뇨효과가 있으므로 물을 자주 섭취해주며 칼슘이 빠져 나가므로 치즈와 우유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한 잔에는 카페인이 40-180 밀리그램 정도인데 하루에 3잔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건강 효과보다는 향기 때문에 더 끌리게 된다. 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향내 보다도 더 향기로운 젊은이들을 만나 보았다.
아프리카에서 젊음의 시간을 빈곤과 무지와 싸우고 있는 한국, 미국에서 온 청년들이었는데 에티오피아 여성들의 모자보건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소도 없고 호적도 없는 시골사람들에게 주소를 만들어주고 가구조사를 한 후 임신한 여자들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준다.
그리고 임신부들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게 도와주고 출산 시에 집보다 안전한 보건 시설에서 분만을 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말이 쉽지 이리 저리 떠돌며 사는 가난한 이들을 추적하고 교육 시키고 진료 기관으로 안내하는 것은 정말 많은 인내심과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먼지와 땀으로 섞인 젊은이들의 냄새는 커피 향보다도 진하게 느껴졌고 그들과 마신 커피 향기는 지금도 입속에서 맴 돌고 있다. 눈망울이 유난히 큰 에티오피아 어린아이들의 웃음에서는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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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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