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유행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최성수가 부른 ‘해후’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노래 가사가 좋고 곡도 마음에 들어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해후’를 열창했다.
사람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을 보통 재회라고 부를 수 있지만 해후하면 어떤 운명적인 것이 느껴진다.
며칠 전에 마리안이라고 불리우던 우리의 이웃이 멀리 동부로 이사를 갔다가 우리들을 만나러 라스모어를 방문하셨다. 그녀는 약 일년간을 이곳에서 친구로, 이웃으로 사셨는데 우리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천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다고 말씀 하셨다.
우리 인생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삶이 이어진다.
그런 가운데 서로 헤어져도 잊혀지는 사람과 못잊혀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마리안은 아마 후자에 속할 것이다. 지금 연세가 거의 구십에 가깝고 또 지병도 있으신데 그분의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 인간관계는 자식들만 빼놓고는 모두 주고 받는 관계다. 더구나 이웃이나 친구 관계는 모두 이 카테고리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먼저 얼마만큼 남을 위해 베푸느냐에 따라서 자신도 그만큼 받을 수 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친구들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베푸는 사람이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고 무슨 물질이 아니라도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고, 남에게 받기보다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 주위엔 늘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늙어가며 제일 부자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마리안은 늘 이런 사람이었다. 아침 운동에도 열심히 나오고, 모닝 커피 타임이 지나면 점심엔 함께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서 어느땐 회덮밥을 해먹자! 또 어느날은 비빔밥을 해먹자! 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사람들을 불러내곤 하셨다. 말하자면 늘 솔선수범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있기를 좋아하셨던 분이다.
우리들은 거의 일년 만에 만나서 서로 부둥켜 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분이 갑자기 아침 운동하는데 나타나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분은 그동안 더 건강해지신 것 같다. 운동이 끝나자 모두들 인근 식당으로 몰려가서 커피와 아침밥을 먹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나누었다.
살아만 있다면 우리들은 언제고 만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한번 떠나면 다시는 만날수 없는게 인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또 한분의 남편이 이 세상을 하직했다. 우리는 슬픔을 느끼기 보다 얼마나 복된 분인가를 말하며 오히려 그분을 부러워했다. 아파서 오래 구질구질하게 사는니 깨끗하게 떠나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복이요 살아있는 가족에게도 복이라고 모두들 누누히 말했다. 이젠 다들 이런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친구는 의외로 의연했다. 슬하에 네 딸들을 두었는데 모두 자기나름대로 전문가들이 되어서 “유는 금메달감이야” 하며 우리 모두가 부러워 하던 친구다.
우리가 어느날 죽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어디를 가는지 어디서 가는지 또 어떻게 가는지”는 다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살아 생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요 축복이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재회요 해후이다.
우리가 살아 생전 많은 사람들과 해후를 할 수있다면 그 사람은 복 많은 사람이다. 며칠 동안 가까운 친구 집에서 지내다가 오늘 아침 마리안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또 오겠다고 우리들과 약속을 하셨다. 그러나 이 만남이 마지막이 될 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떠나면서 내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셨다. 나중에 보니 봉투에 교회에다 낼 헌금이 들어있었다. 언제나 삶에서 좋은 흔적을 남기고 다니시는 분, 순간 울컥 목이메었다. 그녀와 마지막 포옹을 하면서 나는 속삭였다. “꼭 우리 다시 만나요” 그리고 돌아서면서 우리들의 해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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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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