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친구를 만났다. 자기 남편에 대해 써달라고 남편의 스토리를 이야기해 준다. 그 친구의 허락을 받고 이 글을 쓴다.
친구의 남편 분에게는 시계가 여러 개 있다. 정장을 할 때 차는 시계, 일할 때 차는 시계 등등… 그중에서도 값은 비싸지 않지만 그가 매일 착용하는 시계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시계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시계가 아까운 것이 아니었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건망증이 그를 더 괴롭혔다고 한다. 도무지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며칠동안 온 집안을 다 뒤지며 찾아봐도 발견하지 못하자 마침내 마지막으로 그가 얼마 전에 일을 하고 왔던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그 고객은 찾아도 없다고 연락을 해주었다.
낙심한 친구 남편은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매일 잃어버린 시계 이야기만 했단다. 그 친구는 나중에는 짜증도 나고 자신이 도와줄 것이 하나도 없어서 미안하지만 마음 편히 먹고 잊으라고 권유했단다. 며칠이 지나자 그의 고객에게서 시계를 찾았다는 전화가 왔단다. 남편 분은 단숨에 달려가 시계를 찾아와서 아내에게 “이 시계는 내게 금시계보다도 더 소중해”라고 하여 둘이 한참동안 웃었다고 한다.
누구나 애지중지하는 물건이 한두 개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명품일 수도 있고, 추억이 어린 물건일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남편의 연애 편지가 금시계이다. 가끔 남편 몰래 꺼내어 읽어보지만 남편이 쑥스러워할까봐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내색도 하지 않았다. 가끔 부부싸움하고 읽어 보면 “그래, 이 인간이 그때는 나한테 너무 잘 해주었지. 그때를 생각하고 용서를 해주자” 하며 칼로 물베기식의 부부싸움을 끝내기도 했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나이에 정비례하여 달려간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정신이 없다.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은 정말 쓰레기외에는 모두 다 집안 구석 어딘가에 그대로 있어서 우리집은 좋게 말하면 만물상이고 아이들 표현에 의하면 쓰레기 하치장이다. 아이들은 모두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더 늙으면 하나씩 정리하면서 그 물건을 샀을 때를 추억하며 생을 마감할 거라고 했다. 즐거웠던 일이나 슬펐던 추억 모두가 내게는 금시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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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례(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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