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뜰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젊은 시절부터 아끼는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모든 곳에서 절약하는 습성이 나온다. 남편은 자기 배가 찼다고 생각하면 한 숟가락이 남았어도 남기는 사람이다. 나는 이미 먹을 만큼 먹었어도 남기는 것이 아까워 남편이 남긴 음식을 마저 먹는다. 심지어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예의상 받아놓은 술잔도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까워 내가 마셔 버린다. 성인병이 있는 나에게 술은 쥐약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한국 방문 중에 외식하러 가서 반 이상 남은 음식을 그냥 두고 나올 때가 정말 안타깝다. 한국에서는 남은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눈치가 보이고, 주문 포장이 가능한 업소가 아니면 포장 용기마저 갖춰져 있지 않아서 아까워도 싸 올 수가 없다. 먹는 양이 적은 사람을 위하여, 또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겸 한국에서도 to-go가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알뜰한 나는 쇼핑도 홀세일점이나 아웃렛몰, 혹은 디스카운트 스토어에서 주로 한다. 간혹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도 있지만 세일 폭이 아주 큰 상품에서만 물건을 고른다. 그러나 사실 “70-80% 세일”이라는 문구에 혹 하지 않을 주부 또한 많지는 않다. 오죽하면 고양이도 키우지 않는 내 친구는 세일 가격이 너무 싸다고 고양이밥을 무더기로 산 적도 있다. 세일이라는 가슴을 뛰게 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아예 쇼핑센터로 걸음을 하지 않는 것이 충동구매를 막는 방법이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상가는 문 닫기 십상이겠지만 다행히 내 딸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 쇼핑센터가 자꾸 생기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딸은 휴가차 일년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한달동안 옷이며 신발을 얼마나 사들였는지 올 때는 carry-on 가방 하나만 들고 와서, 돌아갈 때는 대형 가방 하나가 추가되었다.
딸은 엄마랑 시간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날마다 물주인 나를 데리고 쇼핑몰에 가서 출근 도장을 찍었다. 게다가 물건을 살 때는 가격표도 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것을 그냥 사버린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고급 제품을 입어도 모양새가 없는데, 무엇을 입어도 옷 태가 나는 젊은 시절을 만끽하라고 나는 평생 몸에 익은 알뜰함을 포기한다. 알면서도 속는 척 동행하여 “아이고 예쁜 도둑년! ” 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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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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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가 버클리 문학회원인데 이곳은 어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