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내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푸른 들판에 나가기만 하면 토끼풀을 보고 쭈그리고 앉아 네잎 클로버를 찾았다. 네잎 클로버는 한 군인이 총알이 날아 오는 전쟁터에서 클로버 풀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고 행운의 상징이라 한다고 들었다. 순진한 마음에 혹시나 내게도 행운이 오려나 하는 기대감에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시간을 허비했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네잎 클로버는 세잎의 돌연변이라 행운을 준다는 것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이 습관은 그대로 내게 남아 있다.
매일 아침 들르는 시어머님 무덤가는 클로버 밭이다. 200년이 넘은 오래된 묘지 구역이라 잘 정돈이 되어 있고, 20년 넘게 살아온 이곳에서 4월에 내리는 봄비를 맞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이 풍족한 비 덕분에 클로버가 넓은 밭을 이루고 있고, 예전에 하얀 꽃으로 반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면서 놀았던 둥글고 하얀 꽃을 맘껏 피우고 있다.
네잎 클로버는 세잎 클로버에 비해 균형이 잡혀 있어 더 쉽게 눈에 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네잎이 자라고 있는 근처에는 또 다른 네잎이 있다. 한 줄기에서 서너개가 같이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요즘은 네잎을 흔하게 따서 수첩에 끼워서 말린다. 그럼 내게 행운이 많이 찾아 오느냐 하면 그것은 모르겠다. 왜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삶이 똑같은데 “행운은 어디에 있는거야?” 하고 네잎 클로버를 보고 투덜거리니까 남편이 “나쁜 일이 안 일어나는 것도 행운이니까 감사하고 살아”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에는 듣기에도 좀 어색한 손편지라는 단어를 방송에서 사용하고 있다. 워낙 이메일과 카톡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에 편지를 써서 보내지 않으니 손편지라고 하는 것 같다. 국제 전화 요금이 비쌌던 때에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었나 기억이 가물거린다. 네잎 클로버를 부쳐서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많은 행운이 찾아가도록 예쁜 손편지를 써서 보내야겠다.
<박희례(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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