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라는 말이 둘 또는 그 이상이 서로 어울려 한쌍을 이루는 것인 줄만 알고 짝사랑은 서로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던 사춘기 때 처음으로 끝까지 다 읽은 소설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짝사랑의 의미를 알게 됐다. 16살 블라지미르가 하염없이 사랑하던 지나이다, 그의 외롭고 슬픈 사랑이 짝사랑이라고 한다. 그후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복습하고 짝이란 말에는 비할 데 없이 대단하거나 매우 심함의 뜻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많은 사랑이 짝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총각선생님을 짝사랑할 때 뒷집 남학생은 나를 짝사랑했고……, 내 마음대로 언제든지 상대를 바꿔가며 소위 말하는 양다리도 걸쳐 보고 그렇게 많은 짝사랑의 밀당을 혼자하며 마침내 짝사랑에 물릴 즈음에 남편을 만났다.
결혼 후엔 나를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 넣고 안심하며 일에 빠진 남편을 짝사랑하다 아이가 생기면서 보란듯이 나의 짝사랑은 고무신을 바꿔신기도 한다. 자식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무작정 사랑을 퍼부어도 부담을 주어서도 안되고……그러면서 내가 받았던 짝사랑을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서 받았던 그 사랑은 보여졌던 것보다 너무나 컸었다는 것, 내가 본 것은 큰 덩어리의 부스러기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우리는 할 수가 없어 짐작만 하는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것…..
건강하던 남편에게 관절염이 왔다. 그래서인지 움직일 때마다 “딱 딱” 소리가 난다. 그래서 난 남편을 “딱딱이”라고 부른다. 그러는 나를 남편은 “칠부바지”라 부른다. 한국에서 사온 바지를 드라이어에 돌렸더니 긴바지가 칠부바지가 되어버렸는데 편해서 버리지 못하고 계속 입어 붙여진 별명이다.
자식에 대한 긴 짝사랑에 조금은 지친 우리 둘. 그런 남편이 어느날 크게 외친다. “딱딱이는 칠부바지를 사랑한다.” 나도 마음속으로 외친다. “칠부바지도 딱딱이를 사랑해” 나의 “짝사랑”이 “짝을 이루어 하는 사랑”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 이 봄엔 마음껏 짝사랑하자. 투르게네프처럼 인생의 황혼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하는 때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봄날 아침의 뇌우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꺼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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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주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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