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LA 한인사회의 큰 이슈는 은퇴한 원로 인사이자 한인타운의 재력가로 알려진 하기환 LA 한인상공회의소 전 회장의 깜작 출마선언이었다. 지난 주 내내 한인타운 인사들은 이미 오랜 전에 LA 한인회장과 상의 회장 등 주요 단체장을 역임한 하 회장이 다시 한인상의 회장을 맡으며 한인사회 일 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의 출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하 회장은 출마선언과 함께 후배들이 회장 선거에 나설 경우 언제든지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다. 하지만, 사실상 그의 출마 발언 이후 차기회장 선거에 나설 것을 고려했던 이사들이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양성을 외쳐온 한인상의가 이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들이 넘쳐났다.
물론 한인사회에 30~40대 차세대 인재 그룹이 알차게 형성돼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무려 20여년 전에 상의 회장을 역임했던 원로가 다시 회장직을 맡으면서 차세대 양성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회장직을 맡을 새로운 인재가 없다면, 옛 인물이 다시 나올게 아니라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한인상의의 문제점들을 고찰하고 반성하면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았어야 옳다는 목소리가 많다.
차세대 양성과 세대교체는 비단 한인상공회의소만 겪는 고민이 아니다. 특히 6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한인단체들의 경우 회장직 나눠먹기 및 장기집권 등 과거 악습을 차단하는 것이 차세대 회원 비율을 늘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세대교체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한인단체들이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그들의 말을 잘 듣는 인사를 회장으로 임명하거나 선출해 일명 ‘리모콘 회장’으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한인사회 내 차세대 양성은 풀리지 않는 난제가 돼버린 것이다.
한 전직 한인 단체장은 “한인사회의 세대교체는 이민 1세대들이 죽거나 타운을 떠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그 이유는 기득권층인 1세대들의 끝없는 욕심이 자신의 자녀들이나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에게 지시하는 구조여서, 결국 1.5세나 2세들은 단체나 조직의 명목상 리더일뿐 의사 결정은 1세대들로 구성된 기득권 세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타운에서 기웃거리는 한 한인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인사회에 대한 염려와 발전을 위한 구원투수는 필요 없다. 갓 걸음마를 시작한 자녀가 다칠 것을 걱정해 죽을때까지 업고 다니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단체나 개인이 실수를 거치며 성공의 궤도에 오르듯 1.5세와 2세들은 많은 고난과 실패를 통해 한인사회를 한 단계 더 올려놓을 것이 분명하다. 한인사회는 원로들이 박수칠 때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멋진 모습을 그저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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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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