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면 누구나 그러했듯 지난 수개월간 나의 일상 또한 조국의 정치풍랑 따라 맥없이 요동쳤다.
‘촛불’로 상징되는 광장의 주인공들을 ‘종북좌파’라고 단정지으며 남북한 대립처럼 여기거나, ‘태극기’로 상징되는 이들을 ‘보수꼴통’이라며 반목하는 것을 보며 충격과 실망, 분노와 허탈로 큰 내상을 입었다.
자꾸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떠올라 갑갑했는데, 소설은 전쟁포로가 된 주인공이 남북 어디도 택하지 못한 채 중립국으로 가던 중, 배 위에서 푸르고 넓은 바다가 그가 원하던 광장이라 여겨 몸을 던지는 결말이다.
모국의 슬픈 현실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나는 밤늦도록 온갖 뉴스를 섭렵하고도, 혹시 내가 빠트린 정보가 있을까 전화기를 꼭 쥔 채 깊이 잠들지 않았다. 게다가 ‘긴급 속보’나 ‘큰일 났어요’로 시작되는 급한 메시지가 가짜뉴스인 것을 알고는 피로가 누적됐다.
누구를 만나도 나와 정치성향이 다른 것을 염려하여 전처럼 조국에 대해 섣불리 말하지 못했고, 성향이 다른 것을 눈치 채면 은근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역사의 흐름 또한 막을 수 없는 일, 지난날 양극화에 종지부를 찍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하며 새 정부를 시작한다.
시작이란 말은 언제나 설레게 하는 긍정의 에너지요 설레는 희망이다. 물론 이번처럼 부담도 따르는 시작이지만 우리 민족은 그동안 더한 어려움도 극복했고 멀리 갔어도 반드시 돌아왔다. 물론 내 가치관과 다른 후보가 당선됐다면 아쉬울 것이나 조국의 발전을 바라는 염원은 하나인 바, 끌어내리려 애쓰지는 말아야겠다.
새 대통령과 상견례하며 조국을 긴 시간 염려해온 자격으로 그에게 바래본다. 그간 양측이 쌓은 울타리를 허물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따스하게 다독이는 대통령, 상대편 의견도 대등하게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대통령, 발전된 5년 뒤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정의롭고 능력 있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어딜 가도 분홍, 노랑으로 봄을 입은 꽃무리가 반기고, 빈들마다 초록의 놀라운 창조 작업으로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간다. 그동안 어둡고 을씨년스럽던 마음을 푸른 들판 봄바람에 내어놓으며, 새 출발하는 모국을 향해 폭설처럼 쏟아지는 캘리포니아 5월의 무공해 봄 햇살을 양껏 쏘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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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북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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