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경쟁심·풍경 매력
빅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
하와이선 용암 옆 달려
뉴욕 군중 환호 등 인상적
미국에는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보다. 달리기하는 사람도 많고,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많지만, 미국 50개주에서 모두 마라톤을 뛴 사람은 많지 않다. 콜로라도 주의 켄 존(60)은 그걸 해냈다. 5월7일 열린 피츠버그 마라톤이 그의 50개주 대장정의 마지막 26.2마일이었다. 4시간41분4초로 결승선에 들어온 그는 이제 목표를 완주했다며 밝게 웃었다.
전 미국 50개주에서 모두 마라톤을 완주한 켄 존이 지난 7일 피츠버그 마라톤이 끝난 후 친지들과 기념촬영했다. <사진 Ken John 제공>
포트 콜린스에 있는 노숙인 지원단체 ‘머피 센터 포 호프’의 개발 디렉터인 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진지한 러너’가 아니라고 말한다. 50번 완주는 고사하고 마라톤을 뛰겠다는 생각도 결코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50개주 마라톤 50일 완주
연속기록 카르나제스 유명
52년간 매일 1마일 달리기
울트라 마라톤맨 수두룩
그가 말하는 진지한 러너란 버킷 리스트 목표를 세우고 대단히 이례적인 연속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울트라마라톤 맨 딘 카르나제스는 50개주에서 50개의 마라톤을 50일 동안에 완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트 코스텔닉은 최근 세계 기록을 깨며 가장 빠른 속도로 미 대륙을 달리기로 횡단한 사람이 됐다.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연속 달리기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78세의 노인 론 힐이 1964년 12월20일부터 52년 39일 동안 매일 1마일 이상 달린 것이다. 그는 올해 초에 가슴 통증 때문에 달리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켄 존의 경우 달리기 유명인도 아니고, 많은 마라토너들처럼 달리기 예찬론자도 아니었다. “지금도 달리기보다는 콜로라도 트레일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하이킹 하는걸 더 좋아한다”는 그는 편의에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계속하게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근무 시간이 길고 여행이 잦아서 장거리 자전거 타기가 불가능해지자 할 수 없이 대체 운동으로 달리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달리기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 마라톤은 1992년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의 마라톤이었다. 처음 완주하고 났을 때 마라톤의 매력을 알게 됐다. 성취감, 경쟁심, 그리고 달리면서 보는 풍경이 그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마라톤에 흠뻑 빠진 것은 아니었고, 그저 자신이 훈련해야할 대상이 생긴 것에 만족했다.
그렇게 한 번이 두 번이 됐고, 1999년 보스턴 마라톤의 출전 자격을 얻었을 때 돌아보니 그동안 자신이 10개주에서 뛰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자 50개주에서 모두 완주해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됐고, 그게 20년에 걸친 미 전국 마라톤 대장정이 된 것이다.
자기가 뛴 마라톤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겨온 켄 존은 몇몇 주에서는 한번 이상 출전하기도 해서 총 56회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마라톤을 떠올려보니 가장 아름다웠던 코스는 1996년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달린 빅 서 마라톤이었다. 군중의 환호가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 곳은 1993년 뉴욕과 1999년 보스톤 마라톤이었다. 2000년 쏟아지는 빗속에서 달렸던 로스 앤젤레스 마라톤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고, 2010년 6월 멋진 경치와 좋은 날씨를 기대했던 하와이 코나에서는 길 양 옆으로 용암이 흐르는 가운데 뜨거운 하이웨이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했다.
흰 대리석의 워싱턴 기념비를 끼고 돌았던 1994년 해병대 마라톤, 동화의상을 입은 디즈니 만화 캐릭터들이 옆에서 응원해준 2004년 올랜도에서의 월트 디즈니 마라톤, 2006년 2월 뉴올리언스의 마르디 그라 마라톤에서는 잭슨 스퀘어를 달리는 1마일 동안 재즈 음악을 듣기도 했고, 2014년 4월 켄터키 더비 마라톤에서는 루이빌의 유명한 처칠 다운스 경마장을 가로질러 뛴 적도 있다.
2015년 10월에는 두 주말 연속으로 마라톤을 뛴 적이 있는데 뉴햄프셔 주 브리스톨에서의 첫 경주에서 반쯤 달렸을 때 족저근막염 부상이 온 것을 알게 됐다. 족저근막염은 장거리 주자들에게 흔한 부상으로, 발꿈치와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수반된다. 마라톤을 간신히 마친 후 존은 그 다음 주말 버몬트 주 노스 히어로에서 열리는 그린 마운틴 마라톤도 완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정말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을 견디며 26.2마일을 달렸다.
“좋은 경주였는지 나쁜 경주였는지를 이야기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요인과 변수가 작용합니다. 훈련 정도, 그날의 몸 상태, 코스의 경사도, 춥고 더운 날씨, 비, 바람, 습도, 경치가 아름다운지 지루한지, 심지어 격려를 보내주는 관중이 얼마나 많은지도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니까요”라고 말한 존은 “정말 좋은 날은 이 요인이 모두, 혹은 대부분 맞아떨어진 날이고, 나쁜 날은 이중 한두 가지만 안 좋아도 나머지 최선의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라고 정의했다.
켄 존은 자신이 성장한 고향 피츠버그를 마지막 마라톤 코스로 택했고, 그날 결승 라인을 넘어섰을 때 러닝슈즈도 벗어버렸다. 이제 그의 계획은 다시 하이킹으로 돌아가 2개의 이정표를 더 세우는 일이다. 그는 500마일에 달하는 콜로라도 트레일의 완주를 105마일 남겨놓고 있으며, 올 여름까지 1만4,000피트 넘는 산 100개 등정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개의 산만 더 오르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표들이 그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성취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로부터 얻는 지지와 격려다. 그 경험들을 통해 그는 달리기는 1인 스포츠가 아니라 가족과 아내, 그리고 러닝 파트너와 함께 뛰는 그룹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에게는 가까운 친구인 러닝 파트너 알렌 위버(60)가 있다. 네브라스카 출신인 그는 존의 옆에서 수천마일을 함께 달렸다. 피츠버그에서 마지막 결승 라인을 함께 넘은 사람도 바로 위버였다.
50개주에서 50개 마라톤을 뛴 후 얻은 가장 큰 레슨은 무엇일까? ‘정신적 강인함’이라고 말한 존은 “또한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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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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