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으로 나도 이롭고 세상도 이로워야 할텐데... 예술은 우리에게 이상의 왕국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이 두 글귀는 막 미술대학을 졸업하려는 무렵의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말이었다. 또한 예술은, 나에게 인생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안겨 줄 수 있는, 도를 닦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는 것 이외의 것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뛰어날 것도 없었건만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림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림이 그려 줄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오히려 그림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슬프고 외롭거나 절망스러울 때에도, 고요히 마주 대할 수 있었던, 언제 어디서나 기다려주었던 그림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나는 언제나 고요한 행복으로 돌아가 있었다.
예술가란 누리기 이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땐 첨엔 왜 그래야 하나 했지만 이제는 공감이 된다. 작업하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한데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이제 나는 이 행복을 전해주고 싶다. 그림 그리는 전염병을 만들어 모두에게 옮겨주고 싶다.
그림 그린다는 것은 이제 어떤 특정한 사람들의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관념을 중시하는 현대추상미술을 대하면 많은 사람들은 나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추상표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있다. 몇 년간 한번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한 분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몇 십년 그림 그린 사람이 오히려 부러울 정도로 놀랍다, 색과 형으로 오직 자기만의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르다.
나 같은 존재가 어떻게 내 그림도 이롭고 세상도 이롭게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이상의 왕국으로 가는 길을 보여 줄 수 있겠는가? 쓰레기 많은 이 세상에 보태줄 쓰레기만 만들고 있을 뿐인 존재가...하지만 나에게 이렇게 함께 그림 그리며, 삶을 그리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오히려 스승 같은 제자님들이 있기에 용기가 생긴다. 감사하며 먼 이국 땅에서 다시 한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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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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