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재밌는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위험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를 보면 욕을 하거나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행위 대신 박수를 쳐주거나, 엄지를 척 올리고 “잘했어!”라며 호응해 준다. 생각해보면 그의 살짝 꼰듯한 이 행동은 참 재밌다. 상대가 “너 나한테 욕한 거야?” 하고 시비를 걸어도 “아니, 잘 했다 그런 건데?”라며 분명 빠져나올 구석이 있는 그런 오묘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으로부터 한번쯤 자기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 날 인도를 걸어가다가, 우리 옆을 위험하게 지나가는 차량을 발견했다. 남편과 나는 놀란 가슴을 안고 계속 걸어갔는데, 이 차가 건널목 정지 신호에 막혀 우리 바로 앞에 서있는 것이다. 남편은 운전자가 거의 들릴 듯한 목소리로 “이 차는 빨간불에 멈추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렸구나!” 하고 지나갔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운전자의 낯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들었으리라.
혼자 운전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시작하니 고속도로나 로컬이나 이상하게 운전하는 사람 천국이다. 내 안전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니 더 눈에 띄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운전중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오늘도 고속도로에서 옆 차선으로 옮기려는데 이 운전자의 속도가 참 이상했다. 차선 양보를 해주려는 것인지, 빨리 가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이상한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슬쩍 운전자를 보니, 눈이 아래로 가있다. 그 눈은 바로 핸드폰을 보는 눈. 이 운전자는 내 깜박이를 보지도, 내 차를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로컬 운전과 달리 속도가 너무 빨랐다.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자들처럼 자동차 운전에서는 운전자끼리 암암리에 서로 느낄 수 있는 촉들이 있어 사고를 안 내며 운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그 촉은 속수무책이다. 핸드폰도 운전이 시작되면 “별로 중요한 것 아님”이라고 화면에 나오거나, “또 나를 보는 거야?” 하고 답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물론 핸드폰이 운전자가 쳐다볼 때마다 욕이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그리고 그들에게 한마디 해주고도 싶다.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문자 보내는 게 목숨보다 더 중요하구나~”
<정고운(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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