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최강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지휘하는 스티브 커 감독은 농구계의 대표적인 지장이다. 지략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그가 팀을 맡은 이후 만년 약체 워리어스는 단기간 내에 가장 강한 팀, 가장 인기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그런 커 감독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인 플레이오프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받은 허리수술 때문이다.
만성 허리질환에 시달리던 커 감독은 2015년 7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경과가 좋지 못해 두 달 후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시즌 절반 이상을 쉬어야 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후유증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뇌 척수액이 흘러나오면서 두통과 구토 등에 시달렸으며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코트를 떠나야 했다.
그런데 커 감독이 당분간 지휘봉을 못 잡게 됐다며 가진 기자회견서 한 발언이 의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요지는 한 마디로 “허리수술은 피하라”(stay away from surgery)는 것이었다. 그는 “허리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법은 수술이 아니라 첫째도 재활, 둘째도 재활, 셋째도 재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척추전문의들은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은 커의 견해에 전반적으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가 겪고 있는 부작용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부분의 척추 문제는 재활치료와 투약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척추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일명 ‘척추 명의’들도 수술을 결정할 때는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아픈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며 이런 것은 운동만으로도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허리 디스크의 8할 정도는 감기처럼 자연스럽게 낫는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수술부터 권하는 의사들을 조심하라는 경고다.
이런 경고들이 나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과잉진료’의 대표적 사례로 갑상선 암과 함께 꼽히는 질병이 허리수술이기 때문이다. 병원과 의사들이 수입을 늘리려 환자에게 불필요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술을 권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과잉진료는 갈수록 의학계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의료계가 저지르고 있는 실책들을 고발한 책 ‘닥터스 씽킹’의 저자 제롬 그루프먼은 이런 실책 가운데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허리수술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서 매년 시행되는 ‘척추유합술’만 해도 수십만건에 달한다.
흔히 척추수술을 권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척추기형, 혹, 덩어리, 돌출부위 등이다. 그런데 양심적인 의사들의 고백에 따르면 이런 것들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허리에서도 발견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서 척추기형이 발견되면 의사들은 이것이 바로 통증의 원인이라고 쉽게 믿어버린다. 흔히 ‘원인혼란’이라 부르는 인지적 함정에 빠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손쉽게 수술이 결정되고 그런 수술이 별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척추질환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측만증이 너무 심한 경우 등은 수술이 아니고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데 의사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수술을 둘러싼 인지적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의사와 환자 모두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의사가 척추수술을 권한다면 세컨드 오피니언뿐 아니라 제3 제4의 의견까지 두루 들어 본 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허리에 칼을 대는 것은 정말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누구보다도 합리적이고 냉정하다는 평판을 받는 스티브 커의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인 만큼 귀 기울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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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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