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에 뒷마당 텃밭을 갈아 엎었다. 몇년동안 캘리포니아 가뭄이 극심해서 내버려 두었더니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다행히 지난 겨울내내 많은 비가 내려 텃밭을 다시 가꾸어 보았다. 잡초를 햇볕에 바싹 말려 걷어내고 홈디포에 가서 화초밭 흙과 올개닉 흙 스무포대와 거름을 사다가 잘 섰어 덮었다. 흙포대 몇개 뒷마당에 옮기는데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학교 다닐때 시골에서 올라온 80키로그램 쌀가마니는 어떻게 등에 지고 이층으로 날랐는지. 간혹 귀농한 사람들이 포기하고 다시 상경하는 주된 이유가 늙어서 체력이 달린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방울 토마토, 오이, 단호박, 딸기 묘종을 사다가 심고 채소씨를 뿌리려고 하니 집사람이 올해는 제발 한두가지만 심으라고 잔소리를 해서(요즘 우리 부부는 성호르몬이 역전되고 있는 중인데, 나는 성령의 감동감화 하심으로 내가 성화의 단계로 들어선 줄로 알고 더욱 겸손하였다) “그럴께’ 하고 지극히 겸손하게 대답하고 청상추, 홍상추, 대파, 쪽파, 깻잎, 호박 그리고 수박씨 까지 뿌렸는데 누가 더 잘 자랄지는 두고 봐야할 것같다. 어제 쉬는날에 흙을 몇포기 더 사다가 잘 덮어주고 물을 뿌리고 나니, 가을추수를 하기 전 곡식이 풍성한 들판을 바라보며 흐믓해 하는 농부처럼 내 마음에 풍요가 가득하고 내 자신이 대견스러워 쓸데없이 미소짓고 있었다.
손톱밑에 낀 때보다도 작은 씨앗에서 싹이 돋고 자라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이 자연의 신비가 얼마나 놀라운지? 좌우를 둘러보니 어느새 씨앗이 열매를 맺어 앞편 숲위로 솔개가 유영하는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바람으로 어느새 천국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태복음 13:31-32)” 작은 씨앗을 돌밭에 버려두면 햇볕에 타서 죽거나 새가 쪼아 먹어 없어지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계는 겨자씨안의 감추어진 숲과 같구나. 그 숲과 새들이 깃드는 감추어진 천국을 보기위해 지난 몇년간 돌밭같은 마음을 갈아 엎어야 했다. 마음속에 뿌리박힌 이성과 의심이라는 데카르트의 자녀(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들을 하나님의 영으로 쫓아내기 위해 갈아 엎고 태우고를 반복했어야 했다.
예수는 많은 말씀을 비유로 했고 그 뜻을 깨달아 가며 예수를 쫓던 제자들은 성령강림의 은혜를 입고 천국에의 확신을 가지고 영원의 세계로 들어갔다. 한편 예수의 지식과 답변에 놀라워 하고 눈에 보이는 기적만 보고 기적만 쫓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 그 이름의 신비를 보지 못하고 십자가 사역의 악역을 맡고 천국에서 멀어져 갔다.
돌밭은 갈아엎고 잡초를 걸러내고 좋은 흙으로 덮어 옥토로 가꾸었으니 뿌린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겠지. 과실이 자라서 익어갈 때에도 심지도 않은 거라지는 내 마음속에서 틈만 나면 일어나는 죄악과 같아 더 커서 농사를 망치기 전에 뿌리 뽑아버려야 겠지.
가만히 눈을 감고 뒷뜰의 천국을 마음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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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샌 리앤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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