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니? 목소리 듣고픈데 시간나는 대로 전화해줘.” 여고시절 가장 친한 친구의 지극히 평범한 안부 인사와 함께 전화하라는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하지만 난 금방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 내가 문자를 받은 시간이 한국시간 새벽 5시였기 때문에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 친구는 뇌수술도 몇 번 했고 또 다른 병으로 투병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어디가 또 아픈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여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하게 되었다. ‘제발 아프지마라 아프지마라 아프지마라’ 주문을 외우듯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심호흡을 한 후 전화를 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을 때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새벽에 카톡에서 놀랬잖아’ 하면서 앙탈을 부렸더니 ‘시도 때도 없이 잠이 깨네. 미국이 낮 시간이어서 보고파서 연락했지. 나 이제 완치됐어. 걱정하지마’ 하면서 바로 손자 손녀 재롱을 늘어놓는 내내, 난 속으로 ‘그래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친구에게 건강을 다시 주신 신께 감사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단체 카톡창에도 건강정보가 단골메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뭘 먹으면 어디에 좋다며 요리방법까지 알려주고, 손쉽게 하는 운동 동영상도 올려주고, 버려야 할 나쁜 습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을 달아서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자면서 좋은 글귀들도 올리고, 웃으며 즐겁게 살자며 재미있는 영상들도 날마다 공유한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아무리 단련해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순발력도 떨어지고, 일처리도 한꺼번에 쓱싹 해치울 수가 없다.
노년에 낙오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면 연약함과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마음가짐만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들 백세인생을 꿈꾸지만 시름시름 앓으며 백세를 살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노령화가 보편적이 되면 노년의 경제력은 필수인데 준비되지 못한 백세인생은 그 또한 축복이라고 할 수 없다.
나이듦에 대해 막연한 삶에 대한 희망보다는, 몸도 마음도 약해진 노년의 두려움도 내 몫으로 받아들이고, 유한한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도 머리와 가슴으로 인정하고, 눈뜨면 새롭게 열리는 하루 하루를 평온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지금에 충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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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홍(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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