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언뜻 보면 생소한 고사성어 같아 보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다. 국적불명의 사자성어가 인터넷 포탈의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을 정도로 흔하게 사용된다. 남이 할 때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하면 합리화하거나 ‘남에겐 엄격하면서 자신에겐 관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꼬집을 때 사용하면 아주 유용하다.
내 편이 하는 것은 옳고, 거기에는 항상 그럴 수밖에 없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똑같은 행위를 내 편이 아닌 반대편이 하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 바로 ‘내로남불’이다.
이렇다 보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 되고, ‘내가 지금 하는 사랑은 로맨스지만 네가 그때 했던 사랑은 불륜’이 되는 자가당착이 된다. 새 정부 들어 ‘내로남불’이 최고의 인기어다. 야당 시절 들이대던 날선 칼날같은 잣대는 사라지고, 집권하자마자 계속되는 이중잣대 인사는 새 정부 인사 참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전 정권 인사의 음주운전 전력을 두고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날을 세우던 교수는 정권이 바뀌자 인사검증 책임자가 되어 자기편 후보의 ’음주운전‘에 눈을 감는다. 전 정권 시절 후보자가 자녀의 학교문제로 위장전입한 것이 문제되자 “위장전입이 인지상정인가?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던 날 선 비판은 사라지고, 이를 문제 삼는 야당은 발목만 잡는 적폐세력으로 몰아 부친다. 재야 시절 논문표절 의혹을 받은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인사가 이제는 자신이 표절의혹을 받는 참담한 지경에 있다. 요리조리 ‘말 바꾸기’가 일상인 정치판에서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겠으나,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
다른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조심성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넘어지면 ‘돌부리가 왜 여기 있느냐’며 화를 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로서는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집권 당시 자신들의 ‘내로남불’에서 역시 자유롭지 못한 야당의 ‘발목 잡기’ 탓을 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는 과거 집권세력의 정치행태와 다를 바 없다. 개혁 기치를 내세운 새 정부라면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다‘라거나 ’지금이나 그때나 틀리다‘고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만을 앞세운 조급증은 ‘내로남불’을 유혹한다. 개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절차 또한 개혁적이어야 한다. 반대편에게 들이대던 잣대를 에누리 없이 자신에게 갖다 대는 ‘진솔함’이 있어야 되돌릴 수 없는 변화와 개혁이 시작된다. ‘잣대’가 하나만 있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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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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