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마린은 참으로 매력적인 색이다. 나는 모든 종류의 파란 색을 좋아하지만 깊으면서 빛나는, 신비한 느낌까지 주는 울트라마린을 더욱 좋아한다. 울트라마린을 번역하면 ‘바다를 건너는’이란 뜻이다.
유럽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준보석에 해당하는 청금석을 멀리 바다 건너 중동지역에서 수입해 왔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청금석을 분말로 만들어 매제와 융합시켜 만드는 어려운 과정과 함께 울트라마린의 가격은 순금보다 비쌌다. 그 당시의 화가들은 울트라마린을 구하느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네델란드,1632-1675)는 울트라마린 색 쓰기를 너무 좋아해서 파산까지 했다고 한다.
중세에는 주로 성모마리아의 옷을 칠하기 위해 울트라마린은 쓰여졌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시기에도 화가들은 울트라마린을 중요한 곳에 즐겨 썼다. 울트라마린은 1834년 화학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지만 아직도 질 좋은 진짜 청금석의 울트라마린은 1킬로그램에 1,500만원까지도 한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군청색 또는 남색이라 하는 울트라마린의 화가라 하면 이브 클레인(프랑스, 1928-1962)이다. 1955년 본격적 미술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10년 남짓의 기간 동안을 전 세계를 깨우기에 충분했던 독자적 세계를 이루었다.
그는 색채야말로 감정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했으며 울트라마린으로 전체 화면을 덮었다. 그가 특히 파랑을 선택한 이유는 파랑은 가장 추상적인 색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빨강이라 하면 사과 등의 특정한 형태를 떠올리지만 파랑이라 하면 형태와 크기를 규정지울 수 없는 바다와 하늘만을 연상시킬 뿐, 그래서 가장 추상적인 색이다. 나는 이브 클레인의 파란 색이 추상적이라는 이 통찰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적인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추상으로 그림을 마무리하기 좋아하는 나의 습성에 걸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3년이란 시간동안 나는 파란 색 외의 색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고 특히 울트라마린 색에 빠져 있던 나로서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문을 아무리 꼭꼭 걸어 잠구어 스며들지 못하게 할지라도 파랑은 스며든다. 나와 그 색을 가로막고 있는 창을 부수고서라도 나에게 달려드는 울트라마린....빨강이나 노랑은 나의 주변을 맴돌고만 있지만 파랑은 나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나에게 안긴다.
그랬을까? 이브 클레인은 파랑을 끌어안기 위해 그의 몸을 창공에 던졌을까?
<
장은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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