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오래하지 않은 한 모임에서 좋은 일을 하고도 사람들의 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의도는 칭찬으로 여럿이 친구에 대한 선입견을 기정사실화해서 던진 말이나, 혼란스럽고 좌절감 들게 하는 틀림없이 미숙하고도 비상식적인 말이었다. 실수는 병가에서는 늘 있는 일이니 한 번은 너그럽게 봐주자는 뜻의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지만, 내가 당하지 않았다고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고 벌 받는 꼴이 된 친구에게 대화로 풀어보라거나 용서나 관대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돌파해 보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사람에 실망한 친구가 허전하게 뒤돌아보는 모습이 안쓰럽고, 큰일 할 만한 한 사람을 어설프게 잃은 그들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세상을 산다는 것이 관점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다보니 이견도 많고 남의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보이는 것을 즉흥적으로 판단해 눈짓, 손짓, 표정으로 짓는 실수도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상대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는 말실수일 것이다. 나도 나오는 대로 말하고 남의 말에 쉽게 맞장구치는 시행착오를 한 적이 있고, 상대의 실수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으며 그중에는 뒤끝 있게 마음에 남은 것도 있다. 친구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나이 들수록 같은 실수나 말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자고 다짐했다.
실수(失手)의 한자의 뜻은 ‘손을 놓친다’는 뜻이다. 손에서 미끄러지거나 떨어뜨리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어릴 적 엄마 손을 놓치고 두려움에 떨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의미가 생각보다 무겁고 뚜렷하다. 또한 手에는 사람이나 힘이라는 뜻도 있는 것을 보면, 실수란 나로부터 사람이 떨어져 나가게 하는 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깨트리거나 힘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
손을 놓치는 일, 사람을 잃는 일, 힘을 잃는 일 모두 인생에서는 길을 잃는 일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풀어보면 나를 아끼는 소중한 사람들의 손을 꼭 붙잡고 가는 길이 바로 실수하지 않는 일이라는 뜻 같기도 하다. 내가 살면서 놓친 손들과 잡아야 할 손들을 곱씹어보며, 삶을 해독시키고 이래저래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실수(失手)의 힘을 본다.
<김영란(북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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