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과 다크초콜릿은 깃털이 예쁜 우리 집 참새들의 애칭이다. 참새는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텃새이나 미국에선 관심이 없어서인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러나 거실 밖 베란다에는 한꺼번에 열 마리도 넘게 날아와서 먹을 걸 달라고 아침마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3년 전쯤 우연히 베란다에서 빵부스러기를 털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참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종종대면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참새는 경계심이 많고 예민한 습성 탓에 길들지 않아서 애완용 참새는 없다고 하나, 동물 기르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는 남편은 참새들에게 빵을 주지 않고 쌀을 주면서 교감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예 먹지 않았다. 한 열흘 지나니까 배가 고팠는지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빵과 쌀을 같이 주면 빵만 쏙쏙 골라 먹고 쌀은 그대로 남겼다.
우리 집 참새들이 제일 좋아하는 빵은 버터와 달걀을 듬뿍 넣어서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나는 프랑스 빵인 brioche이다. 바게트나 식빵보다는 달고 부드러운 빵을 좋아하는 걸 보고 어떻게 맛을 구분하는지 신기하다. 내가 베란다로 나가려고 문고리만 잡아도 난간 끝에 앉아서 놀다가 놀라서 자리를 뜨지만, 남편이 나가면 베란다 난간에 줄지어 앉아서 먹을 걸 달라고 짹짹대며 보챈다.
브리오슈를 주는 날은 남편은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발밑에 뿌려준다. 제일 먼저 먹으려고 덤비는 건 새끼들이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 겁이 없으므로 빵만 보고 난간에서 포로롱 포로롱 내려온다. 따라 내려온 어미는 새끼에게 빵을 먹여 주느라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끼의 배를 채우는 게 더 급하기 때문이다. 어미의 몸은 균형이 잡혀 있고 털도 매끈하며 윤기 나는 모직 코트를 입은 듯하고, 어린 새는 푸석푸석한 솜털들이 싸구려 담요를 둘러쓰고 있는 꼴이다. 참새는 부화 후 열흘 정도는 어미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데 하루에 600회 이상 먹이를 갖다 나른다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어미는 부지런함과 희생이 본능인 것을 새삼 느껴진다.
요즘 남편은 참새들이 재잘대는 노래를 더 오래 듣고 싶어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아침에 베란다 난간에 앉아서 기다리는 새들을 일부러 못 본 척하고 들락날락할 때마다, 자기들이 왔다고 짹짹짹짹 목청을 높이며 기분이 좋은 새소리로 우리 집의 아침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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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홍(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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