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보이고 싶든 말든 보이는 병이 있다. 깁스한다거나 감기로 콧물이 끊임없이 흐를 때도 있고, 휠체어를 타거나 선천적인 장애로 외형이 다를 수 있다. 한편 당뇨와 관절염, 학습장애, 낮은 시력과 청력같이 당사자는 항시 느끼고 있을 수 있지만, 남들이 보고 알기는 어려운 질병들이 있다.
잘 보이지도 않고, 말하기도 어려운 아픔들도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심리적 장애들이 그렇다. 또한, 성폭행이나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쉽사리 도움을 청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아직 이런 고통을 겪어도 쉽게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화도, 체계도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영리 단체에서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정신건강과 가정폭력을 위해 일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는 것이다. 올바른 정보와 교육으로 더 많은 사람이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때문에 관련된 통계를 접하게 되는데, 볼 때마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2015년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울증 에피소드를 한 번이라도 겪은 18세 이상의 미국 성인이 약 1,601만 명이다. 전체 성인의 6.7% 되는 셈이다. 우울증이 있어도 우울증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진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조사가 어려운 노숙자나 언어의 장벽이 있는 사람들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또 다른 조사는 4명 중 1명의 여성이, 또 9명 중 1명의 남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을 생애 한번은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파트너에게 가해를 받아도 남자라는 이유로 쉽게 신고하거나 공유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에서 나타난 것보다 실제로 남성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가끔 길을 걷거나 BART를 타고 가다가 이 통계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지금 지나치고 있는, 출퇴근하는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병이나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또 그중에는 나의 지인들과 친구들이 있다.
언젠가는 정신질환이나 폭력의 피해로 인한 고통 또한 보이지는 않아도 원한다면 공유할 수 있는 아픔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천식이나 독감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하듯, 그들에게도 쉽게 전문가와 상의를 해보라고 권유를 할 수도, 아프고 힘들었겠구나 라고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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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은(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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