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요리를 하는 방법, 조리법을 일컫는 레시피는 주로 서점의 요리책이나 잡지 한편에 나온 방법,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 또는 주변 사람들의 구전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 검색만 하면 수십여 개의 레시피들이 줄을 지어 나온다. 책에 나왔던 방법, 텔레비전 유명 셰프가 소개한 방법, 개개인의 소장 레시피까지 하나의 요리에 대한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 레시피를 보다 보면 오묘한 점이 많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물을 자작할 정도로 부어라’, ‘어느 정도 노릇노릇해지면’ 등 이해할 수 있을 듯하면서도 정작 요리를 하다 보면 그 기준이 애매모호한 표현이 많다.
아무리 같은 레시피라도 이 표현의 해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일쑤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방용품, 재료의 상태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레시피는 커다란 프라이팬을 사용했는데, 그냥 깊은 냄비를 사용한다던가, 레시피를 쓴 사람의 화력은 내가 가진 화력보다 세다던가, 생선의 부위가 다르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나는 요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하게 되면 주로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가장 많은 별점을 받은 레시피를 사용하는 편이다. 딱히 선호하거나 이것이다 싶은 레시피가 많지 않아 같은 요리를 해도 양념이 매번 다르고, 이에 따라 맛도 항상 다르다. 가끔 인터넷에서 유명인사인 한 주부의 레시피를 이용해 요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주부의 레시피는 호불호가 갈린다.
같은 요리를 같은 방법으로 해도 사람의 입맛은 모두 다른 것. 어떤 사람들은 덧글에 자신들이 추가한 방법들을 써놓기도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덧글의 양념 추가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하다 보면 설겅설겅 대충 짐작해 하는 것보다 설거지가 두 배이다. 다양한 계량스푼을 사용하고, 그릇을 사용하기 때문. 내가 왜 시작을 했나 구시렁대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구시렁도 한순간, 어쩌다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경우에는 이 복잡하고 과학적인 레시피를 누가 고안했나 상을 주고 싶기도 하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결국 이 레시피라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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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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