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7월이다. 육아에 대한 단상이 참 많았던 지난 해와 올해의 반을 보내니 점점 다른 생각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문득 육아를 위해 나를 너무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부에 있는 시댁, 한국에 있는 친정. 나는 독박 육아 업이 완벽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힘들게 첫째를 임신했고, 임신을 하고 나서각종 육아 서적과 인터넷을 섭렵한 뒤, 자연스럽게 나는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패션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직업에 딱히 크게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대학에서 배워 첫 직업으로 삼았던 일이고, 할 줄 아는 일을 해내는 느낌이 강했었기 때문에 쉽게 사표를 던지고 나올 수 있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이 지나자 이런저런 생각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밤낮 힘들게 모유 수유도 해냈고, 아이 개월수에 맞춰 발달에 맞는 놀이, 자극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열심히 놀아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질문이 많아진 첫째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도 해주고, 그녀의 동생을 향한 질투도 어르고 달래며 가르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서 멀어지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해가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적으로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었음에도 은근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밀려왔다. 남편도 일이 끝난 뒤, 육아를 도와주며 나름 바쁘게 보내지만 아이 없는 그의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이 탐났다. 남편은 나처럼 육아 얘기로 물든 하루를 보내지는 않겠지. 다른 주제의 이야기도 하지 않을까? 부러웠다. ‘엄마’가 아닌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갑작스러운 ‘엄마’라는 직함과 사회적 고립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몇년 뒤 돌아가야지 했던 직장.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연락이 왔었는데,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연락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편한테 은근슬쩍 나의 복직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쿨하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하루 종일 고민을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직 나는 준비가 안되었다. 나의 아이들에게 지금 세상의 전부는 ‘엄마’. 나는 이 힘들지만 호사스러운 타이틀을 버릴 준비가 안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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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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