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다. 이론을 숙지하고 물에 몸을 맡겼는데 균형을 잃고 버둥대기만 했다. 계속 허우적대는 데 힘을 빼라는 코치의 말이 강하게 들렸다. 사실 처음부터 계속 강조했건만 물에 빠질 것만 같은 내 생각이 귀를 막고 있었다.
코치의 지시대로 힘을 빼니 신기하게 균형이 잡히고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기본자세가 되었다. 모든 것을 처음 할 때는 의욕은 넘치나 실력은 갖추어지지 않으니 표현이 서툴다. 얼굴 화장도 처음 할 때는 잘하려고 하다 보니 진하게 덧칠을 하게 되고 결국 민낯의 순수함마저 잃어버린 어색한 촌티가 흐르게 된다.
고수는 화장한 듯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옷을 입을 때도 색깔 맞춤이 지나치면 보는 눈을 공격한다는 패션테러리스트가 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입고 포인트를 하나 정도 주는 게 무난하다.
딸이 학교에서 케이크에 크림을 바르는 아이싱 작업을 할 때 긴장해서 손에 힘을 너무 세게 주니까 크림을 매끈하게 바르기는커녕 오히려 크림과 스펀지까지 긁어 버리는 실수를 자주 했을 때 쉐프의 가르침은 한마디이었다고 한다 “힘을 빼라“ 이렇듯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중용을 지키기는 사실 힘들다. 글을 쓰는 것도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문장이 장황하게 된다. 내가 쓰는 글이 유려하지 못한 것도 읽는 사람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스타 스님이신 법륜 스님 혜민 스님의 강연을 들으면 주제가 ‘집착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비워라’ ‘자신을 보듬어라’인 것을 보면 우리가 그렇게 살고 싶지만, 막상 현실에선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말씀에 위로를 받는다.
마음을 비운다는 건 무덤덤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나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평정심을 훈련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더 치열하게 살라고 부추겨서 우리는 스스로 다그치며 살고 있다.
가수 하하가 오락프로에서 정신과 자기 위로의 한 방법인 양쪽 팔로 자기 몸을 감싸 안고 한쪽씩 번갈아가며 토닥토닥하면서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수고했어 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짠한 여운이 남았다.
가끔 허허로울 때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완벽 하고자 할 때, 욕심을 버리지 못할 때, 삶은 늘 피곤하다.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비움의 편안함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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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홍(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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