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힘- 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그 방면에서 만큼은 남들이 모르는 세계를 점 점 깊이 알게 된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고 했듯이 연마하면 할수록 그만큼 숙달되는 것이다. 반복을 거듭하는 동안 힘이 쌓이고 거룩한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반복은 자기 한계를 깨뜨리는 작업이다.’위의 글은 어떤 분의 글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언제나 나의 작업실 한 구석 벽에서 나를 고무시켜주었던 글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잔과 함께 붓부터 집어 들고 하루를 시작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팔이 너무도 아플지라도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성한 두 팔을 가지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작업해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나는 한계를 깨뜨리기보다는 더욱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나의 중학생 시절 미술 선생님이셨던 정 선생님, 내가 대학 다닐 시절에 모 대학의 교수님이 되셨다. 중학생일 때엔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알지 못했다.
비로소 대학을 졸업할 무렵 처음 선생님의 작품을 보았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순수 추상의 작품! 아 역시 우리 선생님이시구나 하며 감탄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작품발표를 잘 하진 않으셨다. 세상의 흐름을 등지고 혼자 고고히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오히려 세상을 넘어서시는 듯했다.
결혼 후 딸아이를 데리고 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선생님께서는 온 마당 가득히 긴 테이블 위에 작은 소나무들을 손질하고 계셨다. 분재라고 하는 것 같다. 백 개도 넘음 직한 작은 소나무들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창작에 대한 열정을 더 이상의 평면 속에 쏟아붓기를 끝내시고 살아 있는 생명체 속에 창조의 본능을 태우고 계셨던 것이다. 이제야 나는 분재를 하시던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다. 꽃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선생님께서는 그림의 한계에 접하셨을까? 그림의 한계를 뛰어넘으셨을까?인간은 예술행위를 통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라도 이 허무한 몸짓을 그만둘 수는 없을 것이다. 도달할 수 없는 절대자의 솜씨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와 닮게 되기를 꿈꾸면서, 절대자를 만나고자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반복의 힘이다.
<
장은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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