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떠났다. 이부자리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빈 방들… . 아무도 없는걸 알면서 공연히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다 거실 한 가운데 서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간이 그래서인지 더욱 적막하다.
이박 삼일의 문학캠프가 순전히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넓지도 않은 나의 집에서 치루어졌다. 나와 남편은 가게에 나가야 했기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 틈에 섞여있다 이제야 비로소 사람 앓이를 시작한다 .
평소 혼자이길 좋아하고 극히 비사교적인 성격인지라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나니 나의 뇌가 인식하고 저장하던 능력을 훨씬 초과하여 과부하가 걸린 듯 멍한 느낌이다. 그러나 무언가 모를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타닥타닥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타기 시작한다.
지구촌에서 이루어내는 몇몇 작은 성취들을 듣는다.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작은 몸짓들로 이루어내는 그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 작은 성취들로 덩달아 설레고 나 또한 무언가 시작하고픈 용기로 가슴이 뛴다.
더 큰 꿈을 꾸게하는 누군가의 열정들, 그 열정들이 다른 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어나게 하는 일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내 삶 또한 감동을 주는 작품처럼 누군가의 영혼에 가 닿을수만 있다면 인생에 그보다 더 큰 성취가 또 있을 것인가.
끈질기게 발목을 붙들고 끊임없는 요구들로 내 스스로를 구속하는 일들, 내키지 않으면서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이 길에서 이제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한다.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밥먹고 사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우린 늘 그 것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삶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잊어버리고 내가 아니면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허상을 일으켜 세우려고 발버둥친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던질 때이다. 아니 항상 그 때였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펼쳐보이는 것, 자신이 모든 걸 바쳐 하고싶은 일에 몰두하고 혼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진정 삶답게 마무리하는 일일 것이다.
열정으로 밥을 지으며 삶을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 열정의 불똥이 튀어 내 안의 불꽃 또한 타오르기를 고대한다. 한편 그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 거리가 어디쯤일까를 가늠해본다. 아리조나 와 유타의 경계, 모뉴먼트 밸리, 광활한 벌판에 우뚝우뚝 하늘향해 솟구친 바위 기둥들을 떠올린다.
온갖 다양한 모양들의 그 거대한 바위기둥들은 하나하나가 신의 조각작품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바위가 빛과 바람과 비와 눈에 의해 모양을 변형시켜 나가듯 사람들 역시 인생이란 여정을 통해 모두가 다른 저마다의 모양과 영혼을 가꾸어나가는 신의 작품들이다.
그 바위 기둥들은 가까이서 보면 모두가 그렇고 그런 흔한 바위이며 거무튀튀한 반점들 투성이에 짐승들의 오물을 묻히고 있으며 여기저기 일그러지고 깨진 곳 투성이다. 가까이에선 그런 허점, 오점들이 너무나 잘 보이지만 그 거대한 전체모양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만치 멀리서 바라보면 그 전체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제각각 다른 형상으로 그 웅장함과 경이로움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신에 대한 경외감으로 충만해진다. 아무도 아주 가까이 붙어서서 그 바위기둥들을 들여다보며 감동 받는 이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도 모뉴먼트 밸리 그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바위기둥들이어서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예술작품들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게 가장 그들의 전체가 잘 보이는 곳에 항상 서있기를 원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곳에, 그리하여 그 모뉴먼트 기둥들을 흠모하고, 그로하여 감명받고, 또 내내 경이로워할 수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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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자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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