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을 만나러 잠깐 한국에 가기로 했다. 덜컥 걱정이 들었다. 한국에 가면 분명 동네 친구들도 보자고 할 것이고, 학교 친구들도 보자고 할 것이다. 넉넉하고 편안한 나의 무게, 살들이 순간 짐이 되었다. 평소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나이지만 지금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갱신했다 생각하니 마음도 무거웠다.
나는 어릴 때 유치원에 가서도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애였고, 고등학교 때는 맞는 구두가 없어 신사화 중 조금 여성스러워 보이는 것을 사야 했다. 대학교에 가고 나서야 자의와 타의로 살이 빠져 그나마 입을 수 있는 치수의 옷이 생겼었다. 미국에 와서는 천국이었다. 발 260mm, 9사이즈는 흔하디흔했다.
내가 입는 77사이즈는 미국에서 M, 8사이즈. 어떤 브랜드에서는 18사이즈까지도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는 큰 사람이 더 아니었다. 이렇게 그다지 외형을 비교하지도 않고, 어떤 치수든 입을 옷이 많은 미국에 살다 보니 살찌는 것에 대한 긴장이 거의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44, 55 그리고 66, 달랑 세 크기로 나누어진 한국 사회에 잠시나마 돌아가 있을 생각을 하니 나는 너무나도 관리가 시급한 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이어트 서적, SNS를 뒤적거렸다. 삼십여 분 컴퓨터로 뒤적거리자 저녁밥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자극이 찾아왔다. 두 아이의 엄마가 꾸준한 홈 트레이닝을 거쳐 몸짱이 된 것은 드문 이야기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출산 후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나름 혹독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과 놀 때 활력을 되찾았다는 부분이었다.
지난 몇 년간 도록도록 붙여온 나의 살들에 작별을 하는 데드라인이 정해졌다. 과체중인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에도 좋고, 활기를 찾을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뿐만이랴. 목표달성이라는 즐거움도 얻고, 은근 줄어들었던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육아는 핑계일 뿐이라고 증명했다. 나는 그 무엇보다 과체중에서 오는 피로감, 무력감을 줄이는데 기대를 걸어본다. 아이들과 노는 게 피로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다이어트의 장점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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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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