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가면 걸어 오르기도 숨이 차오르는 경사를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머리카락은 새하얗고 피부는 주름졌지만, 근육으로 단단한 몸을 자랑하며 경사를 오르는 노인분들도 꽤 계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쉴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나 같은 젊은이는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젊을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예상해보며, 나도 늙을 때까지 저 사람들처럼 노력하여 건강한 몸을 자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노년의 모습은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봉사회에서 일하기 전에는 노인분들과 가깝게 교류할 일이 거의 없었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노인분들의 생각과 노년에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과 걱정들을 알게 되었다. 무거운 한숨을 동반한 길고 긴 한탄으로도, 스치듯 던지시는 한마디 말로도 공유하시는 노인분들의 고충은 때때로 머리에 꽤 오래 남아있다.
떨리는 손을 잡고 “예전엔 안 그랬었는데” 하며 노인 아파트 신청서에 사인하시고, 본인 자식 자랑을 하시면서도 “걔는 바쁘고, 서로 싸우게 되니까 걔한테는 도와달라고 안 해”라고도 하신다.
은퇴 후 자립과 성취의 상실감을 느끼는 것, 자신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자식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는 것, 얼마 되지 않는 은퇴연금으로 렌트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 자식들의 개인주의적인 발상과 행동으로 문화 차이와 섭섭함을 느끼는 것, 오래된 일은 기억이 나는데 방금 한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아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 건강관리 대리인을 선정하며 삶의 마지막 날들, 임종과 사후를 계획하는 것, 등 나에게는 낯설고 생각할 이유도 없었던 많은 것들이 자주 뵙는 클라이언트 분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듣게 되면서 직접 와 닿았다.
지금까지 나의 노년에 관한 생각은 막연하게 이상적인 은퇴 나이를 정해보고 한가한 은퇴 후 생활을 즐기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뿐이었다.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는데, 미국과 일본에서 관심을 받는 것이 ‘디지털 장례 서비스'라고 한다.
디지털 세상에 남아있는 나의 많은 기록과 흔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포털사이트들은 사용자가 미리 자신의 데이터를 자동 삭제 요청할 수 있고, 지정한 사람이 사후 자신의 계정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고인의 기록을 디지털상에서 보존하고 관리하여 가족들이 고인의 생전 기록과 영상들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성묘'도 있다. 나의 사후준비는 디지털상으로 시작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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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은(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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