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안을 위한 호스피스 단체에서 만든 ‘내 삶의 마지막 여행’『사랑으로 작별을 고하며』라는 소책자를 한글로 번역한 일이 있다. 호스피스란 말기환자 간병은 물론 장례절차와 사별한 가족을 돌보는 일까지를 포함한다.
이 책은 호스피스 전문가가 말기 환자의 입장으로, 사망 6개월 전부터 몇 시간 전까지를 상대에게 일인칭화법인 내가 대화하는 식으로 쓴 것이다. 가족이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안정과 위로를 주어 주위와 평화롭게 작별인사 하도록 돕는 책으로, 남은 가족의 애석한 마음과 후회를 줄여보려는 목적도 있다. 환자가 생명보조장치에 의지해야 할 경우, 환자 스스로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미리 서명한 ‘사전 의료 결정 위임장’은 남은 가족의 스트레스나 죄책감을 없애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까지 줄여준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의 구체적인 마지막 모습을 슬프지 않게 그려 깨달음도 감동도 있다.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한국에서는 유언장 써보기나 관에 누워보는 임종체험 프로그램으로 나이에 구별 없이 죽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으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아마존에서 2014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의학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해 경계하며 삶의 질과 존엄한 죽음을 강조하고 있다.
웰빙(Well-Being)시대에 수명연장을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듯, 웰다잉(Well-Dying)을 위한 죽음의 근육운동도 필요하다. 노년의 마지막 삶의 질은 죽음에 순응한 경우가 훨씬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노년층이 늘어나는 한인 커뮤니티에도 남은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 한 교회 노인대학에서 짧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화해와 용서, 감사와 미안함의 표시, 서운함과 소외감 해소 방안, 고독 연습 등도 노년에 중요한 마음가짐이고 준비운동이나, 가족이 자신의 사후에 고통 받지 않도록 미리 마무리해야 할 일도 있다. 여성의 창 마지막 글을 마치며 준비운동처럼 내 삶의 유종의 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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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북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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