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남는 시간과 주말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건강하게 챙겨 먹고, 취미도 즐기고, 자기계발도 하려니 짧게만 느껴진다. 내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또 둘러보면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나의 부족함이나 게으름이 아닐까 싶다.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계획해보기도 하지만, 막상 퇴근하면 새로 나온 드라마와 예능은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시청하기 좋다. 식후 무거운 몸으로 산책하러 가야 할 것 같지만 따뜻한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더욱더 힘들기만 하다. 요즘 같은 여름은 저녁에 밖이 어둡다는 핑계도 없기에 죄책감도 더 커진다.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갔건만 그동안 무얼 했는지, 신년에 계획을 세우기는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는 항상 계획 중에 있었던 것 같다. 다음 달부터 건강식으로 요리해 먹겠다는 둥, 소비를 줄여보겠다는 둥,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보겠다는 둥... 계획하는 단계, 그리고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계획들로 지난 7개월간은 쪼개지고 또 쪼개져 있었다.
계획의 과정은 항상 즐겁지만, 나는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를 많이 경험한다. 자료 수집과 분석에만 열중하지만, 막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인터넷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법, 가장 대표적이고 성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법들을 열심히 찾아 읽어본다.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그중 가장 완벽한 계획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렇다 보니, 더 효율적이기 위해 하던 자료 수집과 분석으로 오히려 실천에 옮기는 데 필요한 에너지까지 소모해버린다.
최근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준비하면서 무얼 먼저 결정을 해야 하는지 몰라 진행을 못 하고 있었다. 여행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질러놓고 보란다. 고민하지 말고 티켓이든 호텔이든 일단 돈을 써두면 다른 것들도 준비하게 될 것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항공권을 사놓겠다고 마음먹었다. 100%의 확신까지 결정을 보류하기보다는 80%의 확신을 가지고 신속히 행동에 옮기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완벽주의의 부담을 버리고 계획과 실천의 과정을 모두 즐기는 나머지 2017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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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은(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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