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극장에 갔다가 3초 고민에 빠졌다. 영화 ‘덩케르크’(Dunkirk)를 보러 간 박스오피스 앞에서 느낀 갈등이다. 70mm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관람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기에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 서서 2매 구입을 눌렀다. 화면에 나타난 숫자는 53달러. 순간 손가락이 마음대로 4매를 눌렀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보니 티켓 1매 26.50달러 곱하기 2라서 53달러란다. 아이맥스(3D영화)라 입장료가 3.50달러 추가되고 70mm라는 프리미엄 대형 포맷(Premium Large Format)이어서 5달러가 또 올라갔다. 여기다가 주말 저녁 피크타임을 빙자해 1달러를 슬쩍 얹은 결과 영화 관람료 26.50달러를 내야 입장할 수 있단다.
1~2년 사이 영화 관람료가 비싸도 너무 비싸졌다. 영화 하면 대표적인 서민들의 문화생활이던 시대가 지나버린 걸까. 게다가 언제부터 극장 관람료가 이렇게 세분화됐는지. 월~목요일 마티네와 오후 4시 이후, 금~일요일 마티네와 오후 4시 이후가 각각 가격이 다르고 3D 영화는 3.50달러, 프리미엄 5달러, 스크린X 3달러가 추가되고 있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극장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1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긴 하나 영화티켓 가격 인상에 의한 극장매출 상승일 뿐 영화 관람객수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북미 박스오피스 탑 5를 살펴보면 ‘도리를 찾아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시크릿 라이프 오브 펫츠’ ‘정글 북’ 순으로 모두가 가족 영화이자 3D 영화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영화관을 선택했을 때 부모는 17달러를 내고 만화 입체영화를 봐야 한다. 4인 가족이 영화를 보며 팝콘이나 핫도그, 소다를 사먹는 여가 즐기기는 이제 외식까지 하기엔 너무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영화 관람 외에도 즐길 거리가 다양해진 요즘, 극장업계는 티켓 가격 인상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영화 제작에서 스토리와 스토리 텔링 매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 좀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작자와 영화인들은 새로운 컨텐츠와 테크놀러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스토리를 멋지게 엮어가는 데 혈안이 되어 간다. 이와 동시에 극장들은 관객에게 최고의 음향, 스크린, 특수 효과를 선사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하다 보니 영화 관람료는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시대가 그러하니 서민은 따를 수 밖에 방법이 없다. 하여튼 영화 ‘덩케르크’는 그 날 저녁 관람을 포기하고 외식을 선택한 후 이튿날 70mm 마티네로 봤다. 근데 살짝 아쉽다. 아이맥스가 아니었는데도 전쟁의 공포와 참상을 온 몸으로 느꼈는데 그 날 저녁에 봤다면 과연 어떤 체험을 했을런지. 먹지 말고 70mm 아이맥스를 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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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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