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
미합중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인 결정적 계기는 윌슨이나 연합국의 친미파가 아니라 독일의 참모본부가 마련해주었다. 독일의 군인이자 정치가 파울 폰 힌덴부르크와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주장했고 황제 빌헬름 2세는 청원서 여백에 다음과 같이 고쳐 썼다.
“이것으로 미합중국과의 협상은 끝났다! 윌슨이 전쟁을 원하거든 한번 해보자!”
독일 총참모부는 이 결정이 미합중국의 참전을 유발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합중국의 참전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잠수함 작전으로 연합국이 항복할 거라 계산했고 또한 미합중국의 진가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했다.
1917년 4월 2일 윌슨은 의회에서 교서를 낭독하며 독일의 도발로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음을 선포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우리는 독일 국민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 전 세계의 민주정치를 위해 전 세계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선전포고하다
1917년 4월 6일 미합중국은 독일에 선전포고했고 터키와 불가리아에는 최후까지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합중국의 전쟁 목적은 기타 열강과는 달랐으므로 그들은 미국을 연합국(Allies)이 아닌 연맹국(Associates)이라 불렀다.
1917년의 전황이 연합국에 반드시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루마니아가 무너지고 러시아는 동부전선에서 퇴각했으며 이탈리아도 일대 패전을 겪고 있었다. 프랑스는 앞으로 새로운 병사를 보충할 여력이 없었고 영국은 선박이 부족해 간신히 6주일분의 보급물자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엇보다 선박 손실이 가장 절박한 위기였다. 선박 손실이 막대해(월 약 100만 톤) 이대로 가다가는 연합국의 파멸이 불을 보듯 빤했다. 독일이 미국의 참전을 예측하면서도 잠수함 작전을 강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연합국은 연맹국 미합중국에 우선 선박, 그다음에는 잠수함 격파를 위한 공동작전과 함께 식량, 무기, 병력 지원을 기대했다. 이 지원은 신속히 이뤄져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할 우려가 컸다.
-400만 병력 증강
해상에서 미국은 연합군이 원하는 모든 것을 공급했고 선전포고와 동시에 미국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독일 선박을 모조리 억류했다. 그리고 전시조선회사가 1,200만 톤의 상선을 건조했다. 200만 이상의 군대가 100만은 영국선으로, 92만 7,000만은 미국선으로, 나머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선박을 이용해 프랑스로 갔다. 선단은 대부분 미국 해군이 호송했고 인명 손상은 전혀 없었다.
동시에 미국의 구축함대가 대잠수함 작전에 참가하면서 미국의 기뢰 가설반이 연합국과 협력해 북해 전역을 차단하는 기뢰 방어선을 설치했다.
육군도 의회식 지원병제도가 아니라 윌슨식 징병제도로 급속히 정비했고 전쟁 말기에 미국은 무장한 400만의 병력을 보유했다. 수많은 훈련소가 만들어졌으며 미국의 정규군 교관으로 파견된 연합군 장교가 훈련을 담당했다.
-20만명 파병
7월 4일 미국군은 “아메리카 만세!”를 외치면서 꽃을 던지는 군중을 헤치며 파리의 리볼리 거리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진을 벌였다. 1917년 말까지 20만의 미국군이 도착하고 전선에는 1개 사단이 배치되었을 뿐 아직 군사적 지원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나, 연맹군의 참여는 연합군이 잘 버텨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미합중국은 육군, 해군, 공군을 증강하기 위해 군수산업을 정비해야 했다. 이 중대한 과업을 앞두고 의회는 아직까지 없던 강력한 통제와 징발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윌슨 정부가 혹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평화 시에 전쟁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뿐이다. 여하튼 미국의 생산력은 연합국을 놀라게 했고 동맹국에 결정타를 가했다.
<
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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