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를 쓰란다. 무슨 버섯을 넣으란다. 우럭, 쇠고기, 조개 이런 것들이 필요하고, 양파, 피망 어쩌고 한다. 뭐 팔보채라도 만드는 조리법이 아니다. 깡된장 만드는 법을 한번 배워볼까 하고 구선생한테 물으니 이런 제안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거다. 이런 재료들을 사용한다면 이건 깡된장이 아니다. 깡된장. 구수한 토종찌개로 아마도 ‘보릿고개’ ‘넘어갈 때’ 초라한 주막에서 시작한 음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는 아마도 양파는 없었을 테고 된장에 풋고추 썰어 호박 몇 개 썰고 꽁보리밥 지을 때 찌어놓은 호박잎 몇 쪼가리가 전부였을 거다.
--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글을 끝내면서 항상 사전을 찾아 맞춤법을 재확인한다. 하면서도 어떤 때는 실수도 있고 어떤 때는 그 상황을 강조하고 살짝 유머를 위해 틀린 말을 일부러 쓸 때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어떻든 깡된장은 아니고 강된장이 문법상 맞는다. --
... 이런 초라한 환경과 산실에서 태어났을 찌개이지만 이를 적당한 분위기로 바꾸어놓으면 어쩌면 낭만까지 곁들일 수 있는 멋쟁이 반찬이 되기도 할 거다. 지금은 넘치고 넘치는 양파를 적당한 양과 크기로 썰고 다진다. 된장을 적당히 푼다. 고추장도 약간 풋고추는 듬뿍. 육수가 아닌 H2O 를 조금씩 적당히 채우며 지지고 볶고 끓이면서 계속 맛을 본다. 재료를 조정한다. 양파의 모습이 된장에 의해 완전히 평정 당하면 끝. 깡된장 완성! 같은 재료를 쓰면서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할머니 손끝이 단연 짱인 이유를 알만하다.
-- 적당한 양. 한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의 하나이면서도 가장 애매한 말중의 하나가 바로 ‘적당’ 하다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적당한 때. 적당한 날씨. 적당히 손봐주라. 적당히 처묵으라. 적당히 마무리 할려도 끝이안보인다. --
좋은 스테끼를 보면 좋은 와인 생각이 난다. 좋은 와인을 대하면 또 좋은 스떼끼가 생각난다. 소위 서양식탁 풍속의 페어링이다. 쏘, 와이 낫? 우리 깡된장도 페어링이 있다. 딱 하나. 레드 와인도 아니고 와잇 와인도 아니다. 샤브리도 아니고 캐브도 아니다. 물론 샴페인은 명함도 못 내민다. 딱 하나. 깡보리밥. -- 이 역시 꽁보리가 맞는다, -- 그것도 식은 꽁보리밥. 집안 놋숟가락에 밥을퍼서 찐 호박 잎사귀에 쌈을싸 입안을 꽉채운후 후속 타자로 깡된장 쌩마늘 그리고 쌈장에 범벅이된 풋고추 등으로 연속타를 치면 와 - 상대가 없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달콤한 쏘비뇽 브랑 같은 것으로 녹초가 된 입안을 달래줄 수도 있겠다.
일부러 지면을 남긴다. 본국지들 지상에 스티브 배넌의 파면/사임을 놓고 기사가 엇갈린다. 어떤 때는 이 양반들 뭘 알고 쓰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조준이 틀릴때가 있다. 더구나 지금 같은 대한민국의 사활이 담긴 상황에서는, 정보의 출처를 1 대 1로 직접 구하지 못하는 한, 무조건 보고 읽어야 된다. 각분야 유력 매체를 끝도없이 지면이나 인터넷으로 통달/분석 해야 되고 유력한 정치인들이 누구의 침을 맞고 있는지 또 K-Street 돗자리 장수들이 누구한테 무얼 얼마나 갖다 바치는지 등등 알아야 되지 않을까?그리고 벨트웨이 정가를 돌고돌고 또돌고난후 단 한자를 써도 써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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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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