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의 변화무상한 모습은 지구라는 작은 한 행성 안에 살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정말 미약하고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상황을 제시하곤 한다. 지난 주말 나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오레건으로 떠났다. 미국에서는 99년만에 관찰되는 우주 쇼라는 얘기를 듣고 티브이로 감상하기엔 오레곤은 너무 가깝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래 목표는 eclipse가 지나는 길목에 있는 Santiam 국립공원 근처로 가는 것이었으나 하늘을 향한 오픈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공원에서 나와 Mill City 근처의 한 농장에 자리잡게 되었다. 날이 밝아오자 주변 사람들은 개기일식을 나름대로 관찰하기 위해 천체망원경과 카메라를 준비하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어 달이 일시적으로 태양을 가리는 현상을 일컫는데 평상시에는 그냥 눈으로 볼 수 없는 태양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개기일식은 달이 서서히 태양을 가리면서 시작되었다. 더욱더 신기한 것은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
개기일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날씨였는데, 개기일식이 시작되자마자 해가 뜨는 반대 방향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긴팔 옷을 입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농장의 동물들이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여 하늘은 날던 새들은 잠자리를 준비하는 듯 전깃줄에 모여 앉기 시작했고 우리 안에 있던 소와 닭들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개기일식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 주변의 큰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져 갔고 10시가 넘어서자 세상은 말도 안 되게 초저녁의 푸르스름한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수 안경을 벗은 후 바라본 태양은 빨갛지도 노랗지도 않은 딱 그 중간색을 띠었으며 또 바깥으로 치어 오르는 코로나의 불길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옆으로 금성을 포함해 다른 몇 개의 별들을 같이 관찰할 수 있었다.
2분30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태양과 달을 통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가 생각하니 다시한번 우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들고 그들의 존재에 감사했다. 어린 시절 태양을 그릴 때마다 왜 태양의 아웃라인을 삐쭉빼쭉하게 그려야 하는지 그리고 태양은 빨간색인지 아니면 노란색인지 궁금했었다. 나는 이제야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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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BAKI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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