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권 작가님이 책 제목으로 내셨던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나는 좋아한다. 나 또한 남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소신껏 자신의 의지를 지키거나,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그만의 심지 있는 생활 등이 부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들의 인생관을 따라하고 싶지는 않다. 누가 입은 걸 보고 이쁘길래 큰맘 먹고 냉큼 샀는데, 막상 내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나와 어울리는 옷인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예쁘고 탐난다는 이유 만으로 혹은 유행이라는 이유로 옷을 사게 되면 결국 그건 언젠가 옷장 깊숙이 처박히는 신세가 되더라. 누군가를 따라 사는 것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 봄 한국을 여행 갔을 때 기이한 현상을 봤다.
젊음 여성들 거의 모두 똑같은 주름 테니스 치마에 똑같은 화장을 하고 다니더라. 처음엔 같은 사람을 여기를 가도 보고 저기를 가도 만나는 줄 알고 놀랐다. 알고 보니 연예인이 그리 입어 유행이라고 한다. 아무리 유행이라도 우스꽝스러웠다. 내가 소화하지 못할 모방은 어색하기만 할 뿐이다.
대학 나와 직장 들어가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결혼을 하고 몇 해 지나면 아이를 갖고, 하나가 외로울까 둘째를 계획하고 일년에 한 두번 가족들이 해외여행 가고, 애들은 좋은 학군에 이런저런 남들하는 과외활동 시키며, 이 정도 살면 이런 집에 이런 차에 이런 가방은 들어줘야 하는….. 그 줄에 서지 않으면 궁상떨고, 촌스러워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으로 찍어내려 버리는 세상.
왜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힘들어 하는지는, 덜 힘들고 돈 많이 주는 곳으로 모두가 몰리기 때문이다. 대학 나와서 기술직은 할 수가 없고, 전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무 일에 이력서를 내고는 한다. 대체 이것이 무슨 해괴망측한 세상살이란 말인가. 생각없이 쫒아 가느라 급급하지 말고 본인의 걸음걸이로 가면 된다. 비장함에 보폭을 크게 한답시고 다리를 쫙 찢어 걷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필요는 없다.
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어느 곳에 서건 그 분위기에 동화되는 꽃. 민들레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그 공간에 녹아든다. 우리도 분명 본인만의 매력이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린 각자의 나름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그릴 수 있다.
당신은 민들레가 잡초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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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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