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서 엄마 살 냄새가 나는 거 같애.”
93세 연세로 저 세상으로 떠나신 어머니 생각이 나는가 보다. 우리는 서로 엄마 냄새를 찾으려 이 얘기 저 얘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은 눈앞에 사물이 확실할 때 판단하고 귀는 뭔가 소리가 나야 들을 수 있지만 코는 바람에 실려오는 먼 데 것도 맡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냄새도 가지가지일 것이다.
향긋한 라일락 냄새나 그윽하고 달콤한 장미향, 비릿한 바다 냄새, 숲 속의 싱그러운 냄새 등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냄새도 있지만 미국인들은 베이글 구운 옆에 커피 향을, 한국인들은 구수한 된장찌개에 숭늉 냄새도 좋아하겠지. 하지만 요새 아이들은 피자 냄새를 더 좋아하리라.
그러나 민족과 나라가 달라도 누구나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냄새가 있다. 엄마 냄새! 엄마에게선 엄마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냄새가 있다.
내 엄마 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살 냄새. 그 냄새는 세상에 나와 처음 맡은 냄새여서인지, 그 품안에 안겨 자란 익숙함 때문인지 누구나 제일 좋아하고 그리워지는 냄새가 아닐까. 내 아들은, 내 손주는, 어른이 되고 머리칼이 흰 노인이 되어도 이렇게 가슴 뭉클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리운 엄마 냄새를 그리워하려나.
아들이 중학교 3학년때, 그 당시 백인들만 사는 보스톤 하이스쿨 한인 학생 2명 뿐인(그나마 한국 말을 못하는) 곳에 혼자 놓아 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때부터 내 집밥을 먹일 수 없게 되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 혼자 숙식을 해결하며 외로웠을 그는 씩씩하게 현실에 적응했고 웬만한 음식은 나보다도 잘하게 돠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향수의 음식이 없는 거 같다. 하기야 이젠 양식이든 한식이든 척척 잘 해내는 제 아내가 있으니 고마운 일이지만 한 두 가지쯤은 엄마음식으로 남아있길 바래보는 건 지나친 욕심이리라.
엄마는 고집도 세졌고 성격도 변한 것 같다는 아들 말에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님을 느낀다. 낯설고 물설은, 모든 것이 서툰 이곳에서 피해망상증 환자같이 내가 옳다고만 우기고 살아온 건 아닐까.
엄마로서의 푸근함은 다 벗어 버리고 생존경쟁에서 허우적대는 억센 여자로 아들에게 기억되면 어쩌나. 훗날 제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할머니의 살 냄새가 그립다고 눈시울이 뜨거워 얘기할 때가 있을까. 이렇게 내가 내 엄마 살 냄새가 그립듯이...
<
장금자(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