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딸의 큰 딸인 손녀 사만타가 캐나다의 빅토리아 섬에 있는‘ 브리티쉬 콜럼비아’라는 대학으로 떠났다. 그애의 친부가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학비가 이곳 캘리포니아의 대학에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가격이어서 그곳 대학으로 결정이 되었다.
다행히 그곳은 아름다운 빅토리아 섬에자리잡고 있어 경치도 뛰어나고 비치가 십분 거리에 있어서 그애도 흡족해 했다. 우리 부부가 남편이 은퇴 후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때 크루즈로 그 섬에 몇 번가 본 경험이 있다. 딸은 그애의 대학이 결정되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면서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맘! 내가 이제야 슬슬 인생의 보너스를받게 되는 것 같아요. 여지껏 그들 부녀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라고.
딸은 자신의 첫 남편인 마커스와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고통을 겪었고, 그후 홀로 몇 년을 이혼녀로서 아이를 기르면서 또 많이 힘들었기때문이다. 현재 사위인 스티브도 사만타 가 떠나는 날“ 노모어 사만타!”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떠나면 그야말로 시원섭섭하다. 아무리 착한아이라도 십대를 지나면서 거의다 부모들을 골치 아프게 만든다.
십대들의 이유 없는 반항은 거의 모든아이들이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 딸이 사만타의 짐을 모두 싣고 둘째인 데니도 동승해 캐나다까지 먼 길을 밴으로 가기로 했다. 스티브는 막내인 니코를 데리고며칠후 오레곤에서 만나기로 그렇게 짠 여정이다. 두들이라는 강아지는 내가 맡기로했다.
손녀가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느듯 내 딸이 집을 떠나던 날을 상기했다. 나도 그때 차로로스엔젤레스까지 딸과 함께가서 UCLA에 딸을 두고 왔다. 딸은 버클리도 갈 수 있었지만 먼 로스엔젤레스까지간 이유는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살기위함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대학을 가면서 부모들과 되도록 멀리 떨어져 살기를 원한다. 부모들의잔소리에서 벗어날 수가 있고 좀더 독립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헤어질 때엄마들은 울고 아이들은 방실방실 웃는다.
그런데 의외로 좀 시간이 지나면 이삼일에한번씩 전화가 온다. 그야말로 슬슬 홈 스윗트 홈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맘!아이 미쓰 유!” 딸애는 이렇게 말하며 이삼일에 한번꼴로 전화를 했다. 일단저희들이 집을 떠나서 이제는 모든 것을혼자 해결해야 되니까 생각보다 귀찮은 일도 많고 그동안 부모들이 얼마나 수고를했다는 것이 새삼 깨달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옆에 있을때 그것의 고마움을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없어졌을 때 아쉽고그 진가를 느끼게 된다. 우리들이 매일 마시는 공기며 목을 추길 수 있는 한잔의 물이며 따뜻한 햇볕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오늘도 또 내가 걸을 수 있으며 차를 타고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며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싶다면 나가서 원하는 대로 사먹을 수 있다는 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아마 사만타도 집을 떠난 시원함보다 곧이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맘! 아이 미쓰 유! 아아! 집에 가고 싶어! 그동안 지겨웠던 동생들, 데니와 니코도 너무너무 보고싶어, 털복숭이강아지 두들까지도...’ 하며 아마 눈물을 글썽일 지도 모른다. 이렇듯 만나면 시들하고헤어지면 그립고 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인생은 늘 한발짝 늦기 마련이니까....
<
김옥교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