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의 엄마들이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나는 자폐성 장애 딸을 가진 엄마입니다. 장애가 있어도 교육만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학생보다 몇 배 힘들게 학교를 다녀야 하는 현실이 너무 힘듭니다. 모욕을 주셔도 저희는 괜찮습니다.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제발 학교를 짓게 해 주세요. 이렇게 무릎을 꿇고 호소합니다”라는 학부모의 말에 “당신이 알아서 해”, “쇼하지 마라”라고 답변한 반대측 주민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아동의 생명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비록 자폐아일지라도 가족과 사회의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장애아의 고충이나 그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걸까. 반대하던 주민의 아이가 갑자기 장애인이 되었다면 그때도 그 부모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 교육부는 장애 학생의 통학 시간 및 과밀 정도를 줄이기 위해 향후 5년 내 전국에 18개의 특수학교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의 특수 교육 대상자는 8만 7950명으로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8개구의 2873명은 갈 곳이 없다. 특히 서울엔 2002년 이후 설립된 곳이 한 곳도 없다.
최근 강서구 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아 학부모와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갈등이 서로의 입장을 달리하며 대척점에 서 있다.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워야 한다는 주민의 반발로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한 주민이 일어나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반대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집세하락 같은 이유를 들어 설립을 무산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이기주의라고 하는 ‘님비현상’인가.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미국은 어떠한가. 모든 일상생활은 장애인 우선으로 계획돼 있어 차별은 상상할 수 없다. 법으로 정해진 장애인들의 권리는 ‘신성불가침’이라고 할 정도로 효력을 발생하며 당연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언젠가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장애자라는 이유로 순서를 양보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빨리 끝내야 했던 나는 내심 불편한 마음이 들었었다.
오늘 이 신문기사가 던져준 충격은 그때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무릎 꿇은 엄마는 2873명 전부일 것이다. 이제부턴 그 엄마의 절박한 심정이 되어 ‘세상의 모든 장애우를 사랑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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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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